[복잡한 한반도 정세] 美·中·日의 ‘이해 노선’… 韓, 새 전략 절실

입력 2015-03-24 02:44
미·중·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 사이의 갈등과 이합집산이 심상치 않다. 주로 남북 간 긴장 대응에 관심을 쏟던 이들이 최근에는 안보사안은 물론 경제, 과거사 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국 이익 극대화 방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세계 양강(G2)인 미·중은 모든 현안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대한(對韓) 압박 공세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기존의 우리 정부 대미·대중·대일 외교 기조만으로는 이 같은 국제적 흐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폭발하는 이들 주변국의 갈등 요소들에 맞춰 유연한 현실주의 외교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한반도 주요국의 갈등 관계를 잘 드러낸 계기가 바로 지난 21일 폐막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였다. 중국은 이 회의를 통해 분명하고도 강경한 대일 원칙주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과거사 반성 및 영토 문제 해결 없이는 일본과의 정상외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을 겨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을 자신들에게 묶어두려는 의도였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과거사 문제를 매개로 우리 정부의 대일 관계 정상화 행보를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도 우리 정부에 압박 공세를 가했다. 사드 반대를 통해서는 견고한 한·미동맹의 이완을, AIIB 가입 촉구를 통해선 미국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 견제를 노린 것이다. 상대국을 자국 이익 극대화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형적인 중국 외교 노선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줄기차게 한·일 관계 복원 ‘구애’를 펼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사 반성 메시지’ 반향이 줄어들지 않자 이제는 미국과의 유착관계 형성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미·일동맹의 수준을 한·미동맹 이상으로 끌어올려 미국과 더불어 우리 정부를 협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드와 AIIB 문제를 통해 중국과의 G2 대결 구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명확하게 하려는 움직임이다. 사드 배치를 통해서는 한반도를 매개로 중국의 ‘안방’을 감시하고, AIIB 가입 반대 견해 피력을 통해선 ‘중국 중심 국제 금융질서’의 외연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미·중·일의 파고가 이처럼 임계점까지 높아지면서 출범 초기 ‘동북아의 외교 중심’을 자처했던 박근혜정부는 이들 국가의 압박 대상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23일 “현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이제 전혀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면서 “신뢰 구축이니 항구적 평화니 하는 이상론보다는 사안별로 우리 이익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현실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