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투자자예탁금과 관련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와 관련해 업계와 당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예치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예치제도가 있는데도 예금보험공사에 예보료까지 내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 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증권사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보호대상 예금 범위에 은행 예·적금뿐 아니라 증권사에 맡긴 투자자예탁금 등도 포함시킨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정해진 요율에 따라 매년 예보에 보험료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23조2996억원이며, 증권사들이 낸 예금보험료는 278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예보료가 이중 규제라고 주장한다. 증권사가 파산해도 고객이 맡긴 예탁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예탁금을 맡기면 증권금융에 일괄 예치되고, 이는 자본시장법상 예치금에 대한 압류나 상계가 불가능해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예보료를 물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 별도예치로 안전한 예탁금에 은행권 요율(0.08%)보다 높은 요율(0.105%)이 책정된 점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민 의원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반면 당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별도예치와 예금보험료를 모두 유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투자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3일 “예금보험제도는 예금보호뿐 아니라 증권사나 은행이 파산했을 경우를 대비해 구조조정 재원으로 쓰이는 등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라며 “예금보험제도가 별도예치보다 보호 범위가 훨씬 넓은데도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2005년 당시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가 끝난 사안으로 당시에도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는데 업계가 무리한 주장을 한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모두 양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예금보험제도의 기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2012년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 예수금과 변액보험료(원금보장형) 등도 예금의 성격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호대상에 편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 의원이 낸 개정안과 정부 개정안은 업계와 정부의 이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기획] 증권사 예탁금 보험료가 뭐기에… 업계·당국 수년째 아웅다웅
입력 2015-03-24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