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펌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전 세계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건국대학병원 최수봉 박사(63·당뇨병센터 소장)는 얼마 전 자신이 출석하는 작은 농촌교회에서 다문화가정선교센터를 겸한 성전을 세우기로 했다. 시골로 시집와 학대를 당하는 동남아 어린 신부들이 의외로 많아 이를 돕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고막이 파손돼 고통 중인 한 다문화가정 여성을 수술시켜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
최 박사는 이미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인도지역 선교를 해왔고 의료선교, 교회개척 등에 적극 참여해 왔다. 얼마 전에는 후원한 한 복지기관의 시설 이름을 포사이트 선교사(1873∼1918) 룸으로 정하고 기공예배에 참석했다. 집안 어른인 최흥종(1880∼1966) 목사가 바로 나환자를 돌보는 포사이트 선교사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목사가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최 박사의 선교정신은 조부(최창동 장로)가 함평 나산교회를 설립한 신앙적 뿌리에서 출발한다. 이어 부친(최현 집사)과 최 박사, 아들(최형진)도 의사로 4대가 크리스천 의사 집안이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전 세계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제게 특별한 달란트를 주신 것이라 믿습니다. 기술을 더욱 개발해 고통 받는 당뇨환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하고 후일 노벨상에도 도전하겠다는 것이 제 비전입니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최 박사는 오늘도 국내 500여만 명 당뇨병 환자들에게 “당뇨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다”며 희망을 주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에서 내분비 및 대사학을 전공한 최 박사는 당뇨분야 치료에 몰입하며 효과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다가 1979년, 28세에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인공췌장인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것이다.
인슐린펌프가 첫 선을 보인지 35년이 지난 현재 12번 모델이 바뀌며 놀라운 기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자동주입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적정 인슐린 계산 기능 등 유비쿼터스 시스템 작동이 가능해졌다.
최 박사는 “인슐린펌프(다나)가 수출되는 세계 66개국 의료진과 학술교류를 하며 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세계 당뇨병 인슐린 펌프학회 회장으로서 매년 세미나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는데 모두들 그 효과에 매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당뇨치료가 혈당정상화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손쉽게 포도당의 원인이 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를 자극하는 먹는 약 처방, 혹은 당뇨의 근본적 원인과는 상관없이 다른 기전에 영향을 주는 약품을 처방하는 현 방법으로는 당뇨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 박사는 “음식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핏속에 흡수, 에너지원으로 운반되고 핏속에 있는 인슐린에 의해 포도당이 생명현상의 주역인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으로 포도당이 신체의 세포, 조직, 기관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있어 고혈당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보다 정상인과 같은 인슐린 분비 패턴을 맞춰주어 정상적인 대사과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것을 인슐린펌프가 도와주는 것이다.
이 인슐린펌프 치료는 잘 먹으면서 혈당도 정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다르다. 특히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주어 당뇨병 완치까지 가능하다.
제43차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인슐린펌프 치료결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능인 혈청 C-peptide가 5.97ng/ml에서 1년 후에 6.64ng/ml, 4년 후에는 7.46ng/ml 증가하며 정상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혈당이 단기간 또 장기간 계속해서 정상화되는 것을 발표한 것이다.
“사람들은 인슐린펌프를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처럼 간단하게 주머니나 옷에 인슐린펌프를 넣고 자신의 상태에 따라 인슐린 주입량을 달리해 넣는 것입니다. 이때 복부 피부에 아주 작은 미세한 바늘을 꽂으면 되기 때문에 활동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세계 당뇨병 인슐린펌프학회가 지난해 9월 25∼27일 불가리아에서 열렸고 300여명이 의사 및 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2010년 9월에는 5000여명의 의사와 의료관계자가 참석한 스톡홀름 유럽당뇨학회에서 강사로 초청된 최 박사는 인슐린펌프 사용 환자들을 5년간 상세히 추적한 결과를 발표, 이목을 끌었다. 이 때 발표된 내용은 “인슐린 펌프 착용 환자 대부분이 혈당이 정상화 되고 췌장의 인슐린분비기능이 회복됐으며 완치된 사례가 나타났다”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최선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크리스천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최 박사는 목·금요일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화·수요일은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한다(dangin.co.kr·02-2030-5088, 043-845-2129).
김무정 기자 kmj@kmib.co.kr
‘인슐린펌프’ 개발한 최수봉 박사의 의술과 신앙… 잘 먹으면서 혈당은 정상 당뇨병 치료 획기적 진전
입력 2015-03-2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