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를 둘러싼 시계업계와 IT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IT업체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던 스마트워치에 명품 시계업체 태그호이어가 출사표를 던졌다.
명품브랜드 LVMH 계열사인 태그호이어는 지난 1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시계전시회 바젤월드에서 스마트워치 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태그호이어는 인텔, 구글과 손잡고 올해 안에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드웨어는 인텔이 맡고, 소프트웨어는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가 탑재된다. 태그호이어는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담당해 스마트워치에 ‘명품’ 이미지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태그호이어가 인텔, 구글과 손잡은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엔지니어링 임원 데이비드 싱글턴은 “이번 협업으로 럭셔리 시장에서 독특한 감성과 혁신을 갖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스마트워치가 시장에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시계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 뛰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플워치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최고 1만7000달러(약 1900만원)짜리 럭셔리 제품으로 내놓으면서 명품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계를 기능 때문에 착용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어졌다.
스마트폰이 시계의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때문이다. 대신 시계는 가방이나 장신구 같은 액세서리로 자리 잡게 됐다.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필두로 고가 제품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출의 3분의 2가량(금액 기준)이 3000스위스프랑(약 343만원) 이상 제품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를 인용해 스위스 시계 업체 경영진의 44%가 스마트워치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계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은 노리고 있지만 스마트워치 붐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IT업체에서 시작된다면 시계 업계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애플워치 판매량이 1540만대가량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출량 2860만대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애플과 시계 업체가 명품 시계 시장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대응에도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013년 기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종류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다른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서 수월하게 1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1위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누구보다 많은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놨다”면서 “우리는 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원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명품워치’ 시계업계의 대반격… 세계적 업체 태그호이어, 연내 스마트워치 출시 선언
입력 2015-03-24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