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머신’ 효주, 루이스와의 기싸움도 이겼다… 김효주, JTBC 파운더스컵 우승

입력 2015-03-24 02:31
‘슈퍼 루키’ 김효주(왼쪽)가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에 오른 뒤 마지막 홀까지 경쟁한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얻어맞고 김효주(20·롯데)에게 통한의 역전우승을 내준 카리 웹(41·호주)은 “그의 샷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LPGA 투어 41승에 빛나는 웹을 상대로 비회원 신분인 김효주가 승리하자 세계 언론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당시 우승으로 LPGA 정식 멤버가 된 김효주가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주자이자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고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시즌 첫 승과 LPGA 통산 2승째를 올린 그는 이번 시즌 LPGA 한국(계) 선수 6개 대회 연속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2타차 선두로 출발한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니조나주 와일드파이어 골프장(파72·660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2위 루이스(18언더파 270타)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상금 22만5000달러(악 2억5000만원). 지난달 혼다 타일랜드에서 LPGA 공식 데뷔전을 치른 김효주는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일구며 별명 ‘슈퍼 루키’에 맞는 이름값을 해냈다.

그의 강점은 검은 선글라스 안에 감춰진 두둑한 배짱이다.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아 스윙 머신 같은 샷을 구사한다. 작년 에비앙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효주는 경기 후 “이전에도 쳐본 적 있고 톱 랭커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뒤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며 ‘챔피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제대로 입증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도 13번홀(파4) 보기 직후 3연속 버디로 상승세를 탔던 김효주는 이날도 10번홀(파4) 보기 이후 3연속 버디에 성공, 루이스와의 기싸움을 극복했다.

특히 10번홀에서 티샷이 벌집이 있는 나무 바로 옆에 떨어져 무벌타 드롭 여부를 경기위원에게 타진했지만 거부당한 뒤 보기를 해 루이스에게 1타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김효주의 투쟁심이 발휘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상위권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일하게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던 김효주는 이후 11∼13번홀 3연속 버디에 이어 15번홀과 1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 자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8승과 일본, 대만에서 1승씩 올린 뒤 미국 무대를 밟았다. 특히 KLPGA투어에서 뛰던 지난해 시즌 6승과 역대 상금 최고액인 12억원을 돌파하며 한국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LPGA 투어 정식 데뷔 시즌을 앞두고 단단히 준비를 했다. 시력교정 수술을 받아 지긋지긋하던 콘택트렌즈에서 벗어났다. 연초 태국으로 건너가 40여일간 복근이 두드러질 정도로 엄청난 체력훈련을 소화해냈다. 개막전부터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이어질 때도 오전 18홀 라운드, 오후 샷과 쇼트게임 연습을 계속했다. 김효주는 오는 27일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서 열리는 KIA클래식에 이어 내달 초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대회에 출전한 뒤 롯데마트 여자오픈(4월 9∼12일)에서 국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일희(27)와 이미향(22·이상 볼빅)도 6타와 4타씩 줄여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22·미래에셋)은 15언더파 273타로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 개막전 우승자 최나연(28·SK텔레콤) 등과 함께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