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를 둘러보다 한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연어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발달장애화가 윤여운(23)씨의 작품(사진)이었다. 윤씨는 사인펜과 물감으로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작품 앞에 발걸음을 멈춘 건 그림 옆에 적힌 윤씨 부모의 쪽지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우리 여운아! 아름다운 그림으로 기쁨을 주니 고맙구나. 전시회 축하하고 늘 주님 안에서 행복하렴.”
윤씨의 그림을 만난 곳은 서울 관훈동 경인미술관. 지난 20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윤씨처럼 발달장애가 있는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화가는 31명. 이들은 모두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그림을 배운 10∼40대 발달장애인들이었다.
미술관에서 만난 큐레이터 이인혜씨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기성 화가들도 갤러리를 방문했다가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작품에서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활기차면서도 순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이 많다”면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들인데, 이미 팬이 생긴 화가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화가들은 광림교회 장애인 공동체인 ‘사랑부’ 소속 10대들과 성인 장애인 보호·재활단체인 광림주간보호센터 등에 소속된 장애인들이다. 광림교회는 2003년부터 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한 올해 전시회는 24일까지 일주일간 열린다.
그림 지도를 맡고 있는 이은경씨는 “관람객 중엔 큰 감동을 받아 20∼30분씩 한 작품 앞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출품한 장애인 성도들이 프로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씨는 “일본의 경우 발달장애인 중 그림을 그려 돈을 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학생들도 화가가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있는 힘껏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그림 감상 하세요”… 서울 광림교회 발달장애인 31명, 오늘까지 전시회
입력 2015-03-24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