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도 하지만 식어버리기도 한다. 6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온 연인이 있다. 델(저스틴 롱)과 킴벌리(에미 로섬). 영화 ‘코멧’(Comet·사진)은 두 남녀의 관계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끝없이 추락하기도 하는 사랑의 의미를 묻는 판타지 로맨스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이 여느 로맨스와 다르다.
“이건 꿈이 아니야”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델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아도취 인격 장애를 지닌 델은 “모든 관계의 끝은 미움이나 무관심”이라고 생각해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에 유성 쇼를 보러 갔다가 다른 남성과 데이트 중인 킴벌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5분 뒤에 벌어질 일을 두려워하는 델과 달리 킴벌리는 진정한 사랑을 믿는 현재형이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시작한 델과 킴벌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 사랑을 재확인하고 또 헤어지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영화는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몽환적인 화면으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5개의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점프하면서도 이를 비교적 매끄럽게 연결한 샘 에스마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델은 킴벌리의 친구 결혼식 때문에 찾은 파리의 호텔에서 그녀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대판 싸우기도 하고, 헤어진 뒤 기차를 타고 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킴벌리 앞에 우연을 가장해 나타나기도 한다. LA와 뉴욕에서의 장거리 연애 중 전화로 말다툼을 벌이다 킴벌리에게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그러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자 용기를 내 킴벌리를 찾아간다.
여러 시공간을 왕복하다 보니 다소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면 시간의 흐름에 맞게 이들의 사랑 퍼즐을 맞추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난 독특한 화면 구성은 우주를 달리는 듯한 기차 장면 등과 어우러지며 영상미를 더한다.
“시간을 없앨 수 있다면 좋겠다”는 킴벌리의 대사처럼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오롯이 보여주는 판타지 영화다.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91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새영화-판타지 로맨스 ‘코멧’] 혜성처럼 나타난 사랑 그리고 이별
입력 2015-03-25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