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되는 영화 ‘스물’이 심상치 않다. 예매점유율 40%를 오르내리며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은 스물다섯 동갑내기 3명의 배우가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고 숨쉬기가 삶의 목표인 치호 역의 김우빈, 대기업 입사가 절대 목표인 엄친아 경재 역의 강하늘, 만화가를 꿈꾸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 역의 이준호.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이준호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준호가 맡은 동우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생계가 어려워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재수생이다. 김우빈과 강하늘이 예상을 깨는 행동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달리 이준호는 이병헌 감독의 설명대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얼굴로 생활밀착형 캐릭터”를 선보인다. 배역도 두 배우에 비하면 다소 밀린다. 조금은 서운할 만도 하다. “솔직히 웃음과 재미를 주는 역할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동우는 현실적으로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드라마를 가진 친구예요. 2PM의 멤버로 스무 살에 데뷔한 후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이 영화가 저에게는 잃어버린 스무 살의 경험을 채워주는 계기가 됐죠. 그래서 굉장히 설레요.”
그는 극중 동우와는 다른 스무 살을 보냈다. “평범한 스무 살은 아니었죠. 연습생 막바지 시기였고 기대도 되고 패기도 넘치던 때였죠. 제 자신이 단번에 빵 뜨는 스타가 될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동우와 통하는 구석이 있어요. 20대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나의 스물 살 때는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준호는 ‘감시자들’(2013)의 감시반 에이스 다람쥐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데 이어 두 번째 영화 ‘스물’에서 주연을 꿰찼다. “‘감시자들’에서는 선배들에게 업혀가는 느낌이었어요. 죽는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서 젓가락으로 목도 찔러보고 샤워하면서 저 자신을 막 때려보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순전히 제 몫을 혼자 했기 때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떨려요.”
그는 꿈도 많고 욕심도 많다. 오죽했으면 팬들이 그에게 ‘야망준호’라는 별명까지 붙여 줬을까. 욕심만큼 노력형이기도 하다. “노래와 춤, 연기 다 해보고 싶었어요. 가수의 꿈이 더 커서 가수로 데뷔했지만 영화에 출연한 건 행운이었죠. 가수가 힘들고 미래가 안 보여서 연기를 선택한 건 절대 아닙니다. 가수 활동도 계속하고 싶어요. 2PM은 웬만해서는 해체 안 될 거고요.”
‘스물’은 곳곳에 웃음 코드가 숨어있다. 이준호의 빵 터지는 장면은 만화가의 꿈을 잠시 접고 회사에 취직하는 대목에서 8대 2의 가르마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원래 상고머리로 하자고 했는데 감독님이 전형적인 회사원 스타일로 가자고 했어요.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저는 스타일 약간 구겼지만 대성공한 거지요. 하하.”
취미가 뭐냐고 물으니 ‘집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 보고 책 읽고 곡 쓰고 스트레스 쌓이면 게임하고….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제게 큰 공부가 됐어요.” 이준호는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에도 출연했다. 그는 “배우로서 한 건 크게 해보고 싶다. 지난 8년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스케줄이 빡빡해 연애할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예매율 40% 돌풍 ‘스물’ 주인공 이준호 “두 번째 스크린, 어떤 평가 받을지 설레고 떨려”
입력 2015-03-25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