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충남 공주 동원리교회] 개척 8일 만에 화재… 70대 목사·사모 손수 복구 중

입력 2015-03-24 02:28
김용오 동원리교회 목사가 지난 19일 교회 처마 밑의 불에 탄 자국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0일. 김용오(73) 목사가 충남 공주 동원리교회를 개척한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 목사와 최정희(69) 사모, 장모 이연의(100)씨 등 3명은 교회 겸 사택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타다닥, 펑,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목사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며 “불이야, 불, 빨리 어머니 업고 피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부엌 아궁이에서 옮겨붙은 불은 조립식 패널로 만들어진 벽면과 천장으로 번졌다.

김 목사는 아내와 장모가 교회에서 멀리 피한 것을 확인하고 교회로 다시 향했다. 김 목사가 건물 가까이 다가섰을 때였다. 휴대용 부탄가스 서너개가 터지면서 생긴 큰 화염이 김 목사를 덮쳤다.

지난 17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김 목사는 “그 다음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와 얼굴,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119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지 24일 만에 현장을 찾았다. “완전히 폐허가 됐더라고요. 거의 골격만 남고 다 탔어요. 교회 옆에 텐트를 친 뒤 교회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김 목사가 마지막 사역지로 선택한 곳이다. 나이 40세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된 그는 인천과 전남 진도 서거차도에서 사역하고 70세에 은퇴했다. 그는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교회가 없는 오지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래서 찾은 곳이 40가구가 살고 있지만 교회가 없는 동원리였다.

그는 비록 화재 사고를 당했지만 그래도 감사할 게 많다고 고백했다. “화재가 났을 때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갔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나이가 먹어서 화상 입은 상처가 쉽게 낫지 않지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화재 덕분에 마을 사람들과도 급격히 친해졌다. 그는 “한동네에서 5∼6년은 같이 산 것 같다”며 “요즘 만나는 분들은 몸은 괜찮냐고 묻고 쌀도 주시고 반찬도 준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고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님이 정말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한 것은 큰 소득이다.

“교회가 거의 다 탔는데 한쪽 벽면에 붙은 현수막은 멀쩡한 거예요. 현수막에는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마을 어르신들이 신기하다고, 하나님이 계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돕는 손길도 많았다. 최 사모는 “어떻게 알았는지 목사님 동기 분들이 에어컨을 보냈다”면서 “이곳에 있는 강대상, 스피커, 나무 십자가 등은 모두 지인들이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겉보기에 교회는 70%쯤 복구됐다. 지난겨울 혹한기를 빼고 김 목사 부부가 부지런히 복구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예배당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폐 속까지 파고들었다. 불에 탄 패널을 걷어내지 않고 임시로 수리한 탓이다. 최 사모는 “김 목사가 겨우내 기침으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 목사는 “이제 봄이 왔으니 교회 수리도, 목회도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이곳에 작은 예배당을 지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은 성도가 한 분도 없지만 이 지역 어르신들 모두가 이 예배당에 모이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이뤄주시는 분이니까요.”

공주=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