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된 발레리노. 20여년 동안 토슈즈를 신고 연기를 했던 그는 지금 성경 말씀으로 찬송가를 만든다. 주인공은 서울 강남임마누엘교회 김경철(61) 음악목사다. 그는 23일 “새벽 예배 중에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과 성경 말씀을 받아 작곡을 한다”면서 “요즘은 사도신경으로 찬송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곡한 찬송가가 1000여곡. 성경 말씀을 곡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테플린(Tefillin·성구함) 찬송’이라고 부른다.
발레리노가 어떻게 찬송가를 만드는 목사가 됐을까. 김 목사의 얘기다. “제 증조부께서 130여년 전 전남 나주에서 거의 처음 예수를 믿은 분이세요. 4대째 하나님을 믿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제가 노래를 잘 불러서 고모와 삼촌들이 ‘우리 경철이는 최희준보다 노래 잘한다’고 칭찬해주곤 했어요.” 원로가수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이 인기 있을 때였다.
“성악 콩쿠르에 나가면 곧잘 1등을 했죠.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노래 부르다 그만두고 입시를 준비했어요.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색약’이라 포기하고 우여곡절 끝에 체육교사인 부친을 말을 듣고 조선대 체대에 들어갔죠. 어느 날 체대 안에 있는 무용과 남자 선배가 발레 동작하는 걸 보게 됐어요. 혼을 잃고 봤죠.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는 74년 5월 발레를 시작했다.
꾸준히 한 태권도 덕분에 몸은 유연하면서도 단단했다. “처음 춤을 추게 됐지만 저한테 기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계속 성가를 부르고 운동을 하다 보니 ‘저 여학생 박자 놓쳤다’ ‘저 친구는 스트레칭 동작이 약하다’ 그런 게 잘 보이더라고요.” 이듬해 자신을 가르치던 무용과 박금자 교수의 발레 파트너로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데뷔했다.
90년까지 광주시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 프리랜서로 ‘발레블랑’ 등에 소속돼 주역으로 세계무대를 누볐다. 그는 13회 서울국제무용제에서 발레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예술신학교, 경성대 무용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결혼 후 큰 애가 두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그레고리 펙처럼 오토바이를 타다가 머리를 크게 다쳤죠. 숨지는 줄 알았는데 기적 같이 살아났습니다. 마흔 넘는 나이까지 무대 위를 펄펄 날고 97년 은퇴 후 시작한 게 작곡이었어요. 몸으로 리듬을 표현하다, 음표로 하나님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는 서울 월드비전교회 등에서 지휘자로 사역하다 2010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현재는 강남임마누엘교회 음악 담당 목회자이자 좋은습관개발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한다. 안영화 경기대 사회교육원 교수와 함께 찬양사역도 다닌다. 동행한 안 교수와 포즈를 취해 달라는 말에 김 목사가 몸을 움직였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다부진 체격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달란트를 그분께 다 드리는 거예요. 성경 66권, 3만1127절 말씀을 다 테플린 찬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이제 춤 대신 음표로 하나님 표현합니다”… 찬송가 1000여곡 작곡한 발레리노 출신 김경철 목사
입력 2015-03-24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