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가 동북아의 민감한 국방 현안으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정부 입장은 ‘3No’다. 미국 측에서 우리 정부에 요청한 바도 없고, 협의도 없고, 따라서 결정된 바 없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무책임한 자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섣불리 대응할 경우 한·미, 한·중 관계 등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미·중의 외교전은 가열되고 있다. 지난주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잇달아 방한해 사드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중국을 겨냥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 측에서 26일부터 28일까지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방한 때 사드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자 “사드는 의제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내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릴 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에서는 공식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으로부터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들어봤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이래서 반대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은 사드(THAAD)가 아니라 비핵화다. 모든 무기 가운데 핵무기가 최고의 위력을 갖는 것은 단 한 방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치밀한 방어시스템이라고 해도 100% 완벽할 수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완벽하게 지키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사드 도입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공론화를 반대하는 데도, 이들은 ‘사드 의총’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무책임한 ‘안보’ 여론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생각한다면 사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설 게 아니라 즉각적인 비핵화 협상을 촉구해야 한다. 사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킬 게 뻔하며, 한·중 관계 악화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사드 도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로 미사일방어망이 한층 강화되면 북한은 이에 대항해 핵과 미사일 전력을 더욱 증강하려 들 것이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전략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에 각각 착수하는 한편으로 상대의 방어체계를 뚫기 위해 자국의 핵과 미사일 전력을 대폭 증강시켰다. 양국은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조약)’을 체결했는데, 핵미사일 방어체계의 개발이 역으로 핵과 미사일 전력의 확대를 초래하는 역설 때문이었다. 북한의 경우도 스커드, KN-02,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단거리 미사일을 증강시키며 수도권을 위협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 무기들은 사드로 요격이 불가능하면서도 중장거리 미사일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든다.
둘째, 사드는 군사기술적 효용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한반도는 전장 종심이 매우 짧아 미사일방어체계의 효용성이 거의 없다. 2013년 미 의회조사국(CRS)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 협력과 반대’ 보고서에서 “한국은 북한에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오고 수분 내로 도착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교란용 미사일 수십 발을 함께 쏘거나 다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일일이 식별해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군사전략적 차원에서만 보아도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는 킬체인시스템(kill chain system)을 구축하는 것이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사드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요하다고 하겠다.
셋째, 사드는 한·중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동북아시아에서 미·중, 미·러 사이의 세력균형까지도 흔들어 역내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도입이 대중(對中) 미사일 감시망을 완성하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최근에는 우리가 사드 도입을 허용할 경우 무역 보복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에서 무기 사들여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가능한 일이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입장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위가 어찌 되었든 사드 도입 문제가 중요한 외교 현안이 된 이상 회피할 수는 없다. 차제에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 복원과 비핵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화 채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슈 논쟁-이래서 반대] 사드로 100% 못 막는다… 비핵화·남북대화가 해법
입력 2015-03-25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