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를 보다가 재미있는 대사가 귀에 들어왔다. 좀 더 젊은 쪽이 “브래드 피트처럼 푸른 눈”이라고 하자 나이든 축이 “나라면 폴 뉴먼 같다고 했을 텐데”라고 대꾸한 것.
이처럼 무언가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배우들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가령 ‘셰익스피어극’ 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단연 로렌스 올리비에다. 하지만 폴 스코필드나 알렉 기네스를 꼽는 사람도 있으리라. 물론 미흡하게 여기는 이들이 더 많긴 해도. 이는 ‘벤허’ 등 대형 서사극(epic)의 단골 주역이었던 찰턴 헤스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 역시 ‘줄리어스 시저’(1970)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1972)를 통해 두 차례나 안토니우스역으로 셰익스피어극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긴 캐스팅 등에서 세대 차나 세태를 느끼는 경우는 적지 않다. 예컨대 최근 차기 제임스 본드로 흑인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가 거론되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이미 진보라는 시대 흐름에 따라 그간 백인 전유물이었던 역할들이 흑인에게 많이 돌아가긴 했다. 건맨 ‘장고’(2012)에서부터 셰익스피어극 ‘헛소동’(1990)의 아라곤대공 돈 페드로역까지. 그런데 더 나아가 흑인 007이라고? 진보도 좋고 새로운 인물 해석도 좋지만 본드의 혈통을 스코틀랜드에서 아프리카로 바꾼다니 상상이 안 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2) 검은 제임스 본드
입력 2015-03-2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