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도 “구조조정”… 대학들 생존경쟁 본격화

입력 2015-03-23 03:03

중앙대와 이화여대에 이어 이번엔 건국대가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학과제 폐지’를 선언한 중앙대와 반대로 건국대는 ‘학과제 강화’를 들고 나왔다. 전혀 다른 방향인 듯 보이지만 두 대학의 목적은 같다. 학생들 취업이 잘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령인구 감소로 곧 닥쳐올 학생 부족 시대에 우리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과 ‘그러려면 교수들이 학생 진로 지도에 앞장서도록 교수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건국대는 올해 입시를 치르는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학부를 폐지하고 학과 단위로 개편해 모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상경대학 정치대학 경영대학 공과대학이 학부제 폐지 대상이다. 상경대학은 경제학과 국제무역학과 응용통계학과로, 정치대학은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부동산학과로 세분해 모집하는 식이다. 예술디자인대학 정보통신대학 등의 일부 학과는 통폐합해 기존 73개였던 전체 학과가 63개로 축소된다.

건국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진로를 교수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담임 교수제’ 등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1학년 때부터 교수지도를 받아 취업과 진로를 준비하게 하고 이를 교수 재임용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대는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입학 후 세 학기 동안 다양한 공부를 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케 해주겠다는 것이다. 학생이 몰리는 전공은 대학 차원에서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전공은 정원이 줄거나 폐지될 수도 있다.

당연히 취업 잘 되는 전공에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를 유연화하는 방식인데, 쉽게 말해 기업이 선호하는 전공을 육성해 학생 취업이 잘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화여대도 취업이 부진한 학과를 별도로 묶어 관리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건국대와 중앙대의 개편안은 각각 “우리 대학에 오면 교수가 진로와 취업을 책임지고 지도한다” “우리 학교에 오면 적성과 취업에 적합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모두 교수들이 학생 취업을 위해 발 벗고 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교수가 학문을 가르치며 학과 내에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앙대는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내홍에 휩싸였다. 성균관대(삼성) 인하대(한진)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의 교수들까지 뭉쳐 ‘중앙대 방식’에 반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중위권 대학 입학 담당자는 “건국대는 매년 조금씩 학사 구조조정을 해온 터라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학과제 강화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며 “방식은 달라도 생존을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다른 대학은 손에 든 패를 아직 감추고 있다. 하지만 교수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조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다른 대학들은 어떤 방식이 유리할지 저울질하는 중이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중앙대 방식이 다소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교육부는 산업 수요에 맞는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공학 분야는 졸업생이 부족하고, 인문사회 분야는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 배출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과·전공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산업 수요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는 매년 수백억원을 주는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