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집무실에 ‘처녀·총각 현황판’… 왜?

입력 2015-03-23 02:38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정부세종청사 집무실 벽에는 학생 자살 현황판 옆에 교육부 ‘처녀·총각 현황판’이 붙어 있다.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좋은 가정을 꾸려야 일도 잘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미혼자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교육부 직원 615명(해외연수자 포함)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106명이었다. 여성이 79명(74.5%)으로 남성보다 3배 많았다. 30대 이상이 90%를 차지했다.

교육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이 통계에 황 부총리가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교육부 관계자는 “결혼 기피 현상이 저출산 심화로, 다시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주부부처인 교육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학마다 구조조정에 나서는 배경에도 저출산 문제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 2018년부터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고, 2023년이면 그 차이가 16만명까지 벌어진다.

직원들은 이 현황판을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미혼자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니 어서 좋은 가정을 꾸리라”는 메시지이고, 간부들에게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주문이란 것이다. 한 간부는 “직원 결혼식이 열리면 부총리는 빠듯한 일정을 쪼개서라도 참석하려 한다.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