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광주 사수 총출동 ‘천정배 잡기’… 재보선 표심 지키기 본격화

입력 2015-03-23 02:1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22일 광주 동구 KT 빌딩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통과 보고대회’에서 4·29 광주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인 조영택 전 의원을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의 ‘정치적 수도’라고 할 광주 사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는 22일 광주를 방문, 보궐선거와 관련해 ‘원칙’과 ‘정도’를 강조했다. 그동안 벌어졌던 당의 전략공천 논란과 탈당 후 광주 서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장관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천 전 장관 측도 즉각 “진정한 정도는 수도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광주를 둘러싼 야권 내 세력 다툼이 불붙고 있다.

문 대표는 광주 동구 KT빌딩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 통과 보고대회’ 인사말에서 재보선과 관련, “지난 시절 광주시민이 우리 당에 실망한 이유는 선거에서 자꾸 지는 것뿐 아니라 번번이 원칙 없는 공천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정정당당한 공천과 선거로 정도를 걷겠다. 원칙과 정도 속에 승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호소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광주지역 의원이 총출동한 이날 행사는 제1야당으로서 지역 숙원 사업을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해 무소속인 천 전 장관과의 비교우위를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 대표가 원칙과 정도를 강조한 것도 천 전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 필승 전략을 고심 중이다. 문 대표 측 인사는 “로키(low key)로 가야 할지, 판을 벌여야 할지 광주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아직까지는 조용한 기조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광주에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거를 떠들썩하게 치르는 것은 자칫 천 전 장관의 ‘야권 재편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이 광주 서을 총력 사수에 나선 것은 이곳이 지역구 1석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광주는 이번 재보선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그런 지역이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체제’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에서 ‘광주 서을 패배’는 다른 지역의 승리까지 퇴색시킬 수 있다. 광주 여론을 잘 아는 당의 한 관계자는 “광주 서을이 넘어가면 다른 지역구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아 야권 개편의 단초가 된다”며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동네 하나씩 맡아 지원을 하자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당은 일단 선거전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천 전 장관의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탈당 명분이 없다는 지역 여론이 높다는 전언이다. 최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천 전 장관을 이례적으로 비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 전 장관 측은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과의 수도권 혈전을 내팽개쳐둔 채 광주 정치의 기득권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세 과시에 나선 것이 제1야당이 할 일인지 안타깝다”며 “새누리당 심판보다 광주만은 자신들의 볼모로 계속 잡아두려는 지역독점 기득권 정치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