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정상회의 통한 ‘3國 협력’ 복원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15-03-23 02:27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기 전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폐막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2년 이상 과거사·영토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3국 간 협력의 복원 실마리를 찾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공동발표문의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 공동발표문이 나온 것도 5년 만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정상회의가 조기 재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일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중국은 여전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등을 이유로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윤곽 드러낸 한·중·일의 외교적 역학=이번 회의는 3국 협력 의장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설득 덕분에 성사됐다. 그러나 우리 몫은 여기까지였다. 회의 전 정부 목표는 지난 3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3국 정상회의 개최 시기와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었다. 내심 오는 7월 말까지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연다는 동의도 얻어내리라 기대하기까지 했다.

반면 중국은 다른 의제보다 유독 일본의 과거사 왜곡, 영토분쟁 문제에 집착했다.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말 발표키로 한 이른바 ‘아베 담화’ 내용이 나올 때까지는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구체적 대답을 미룰 것이란 의도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때문에 만약 이 담화가 지금보다 더 퇴행한 역사인식을 보여줄 경우 중국이 정상회의를 보이콧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그렇다고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도 않았다. 정상회의 재개에는 적극적이지만 3국 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한 의제들 조율에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경제·통상·문화·보건·환경 등 분야별 협력 틀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과거사와 영토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강경한 중국 입장을 완화시키지도, 일본의 ‘외면’을 ‘관심’ 수준으로 견인하지도 못했다. 결국 한·일, 중·일 양자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의 한·중·일 3자 협력은 ‘지정학적·역사적’ 의제를 도외시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외교가에서 ‘알짜’를 다 빼버린 ‘수박 겉핥기’ 식 회담이란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정상회의가 3국 협력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제인데 이를 개최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게 가장 큰 진전”이라며 “의장국으로서 회담을 이끌어낸 우리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합의사항=공동발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비록 북핵이라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한·중·일이 북핵 반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관련 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논의 차원에서만 머물던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에 나서기로 한 것도 주목받을 만하다.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우리 정부 기조가 중·일에도 통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밖에 우리 정부는 중·일과 각각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일본으로부터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양국 간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결과물을, 중국으로부터는 이른 시일 내 한·중 FTA 정식 서명과 북핵에 대한 전략적 협력강화 약속을 받아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