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저비용 항공사(LCC) 추가 설립 허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LCC를 세우려는 것에 대해 기존 LCC들은 정부에 건의서까지 제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대형 항공사가 기득권을 갖고 LCC에까지 영역확장에 나섰다는 지적과 함께 밥그릇 다툼 양상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제2의 LCC(가칭 서울에어) 설립 작업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해공항에서 운항하는 에어부산(지분율 46%)을 자회사로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을 베이스로 하는 또 다른 항공사를 연내 취항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3사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아시아나항공의 LCC 설립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최규남 제주항공 대표, 김정식 이스타항공 대표, 함철호 티웨이항공 대표 3명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한 공동 건의서에서 “새로운 LCC가 출범하면 소비자의 혜택 증진보다는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므로 신규 항공운송사업자는 허가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신규 항공운송사업자를 허용하는 것은 일반 승객의 선택권 확대보다는 대형 항공사의 기득권 보호 측면이 강하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 추가 설립이 새로운 항공 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22일 “새 LCC 취항은 시장을 잠식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저가로 더 많은 다양한 노선이 생긴다는 의미”라며 “해외 LCC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적 LCC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아예 새로운 LCC가 국내 8번째 항공사로 취항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유스카이항공은 최근 국토부로부터 소형항공운송사업 등록증을 교부받았다. 인증 과정을 통과하면 오는 8월 31일부터 운항 개시가 가능하다. 유스카이항공은 제트기 4대를 도입해 김포와 울산, 제주, 양양, 무안, 울진 노선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존 LCC들은 특히 장거리 노선 진출을 적극 검토하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진에어는 국내 LCC 최초로 장거리 국제선 취항을 포함해 올해 연간 총 12개 노선에 대한 취항 및 운영 계획과 영업 목표를 세웠다. 제주항공 역시 중장거리 노선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하고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오는 4월까지 총 10개의 국제선에서 신규취항·증편·운항재개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쟁이 과열되자 LCC 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각자의 입장은 있겠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업계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아시아나 ‘제2 저비용항공’ 연내 취항… 경쟁사들 “대형사 기득권 보호” 발끈
입력 2015-03-23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