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바마 없어도 빛난다, 미셸의 ‘패션 외교’… 옷으로 방문 국가에 메시지 전달

입력 2015-03-23 02:07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지난 18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1). 이날 노란색 원피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미셸 여사는 방일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날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들어간 코트를 입었다(2). 21일 캄보디아에서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기하학 패턴이 그려진 드레스를 입고 시엠립 교외의 한 고교를 방문했다(3).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친 미셸 여사가 시엠립 국제공항에서 빨간색, 검은색 등 강렬한 색상의 상의와 푸른색 치마를 입고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4). AP·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순방을 마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의 ‘패션 외교’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방문 국가에 던지려는 메시지를 옷차림으로 보여주면서 영부인으로서 부드럽고 영민한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다.

미셸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일본과 캄보디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방일 기간 눈에 띄는 밝고 화려한 패션을 통해 일본에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녀의 순방 기간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절묘한 시기였다.

지난 18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미셸 여사는 노란색 바탕의 화려한 원피스 차림을 선보인 데 이어 이튿날 붉은색 꽃무늬 정장 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미셸 여사는 방일 기간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미·일 공동행사에서 일본 여대생들에게 “교육이 인생에서 주어진 모든 기회의 출발점이었다”면서 “교육은 소녀들뿐 아니라 가족과 국가의 장래에 대한 최선의 투자”라고 강연했다. 그녀는 일왕 예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외 접견 등의 일정도 활발히 소화했다.

미셸 여사의 강렬한 패션은 방일 기간 내내 미셸 여사를 수행한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베이지색 등 차분한 계열의 의상을 통해 정중한 ‘국빈 대접’ 자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아키에 여사는 “국경, 인종, 종교, 무관심을 넘어 가능성을 충족시키는 협력을 ‘친한 친구’와 함께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셸 여사는 일본 일정을 끝내고 캄보디아에 도착해서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이 들어간 기하학 무늬의 화려한 원피스를 선보였다.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빈곤층 소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운동을 벌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밝고 다양한 색상이 들어간 의상으로 활동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패션 외교는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다른 브로치로 의미를 부여해 눈길을 사로잡았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브로치 외교’에 버금간다는 분석이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북한이나 러시아와 외교전을 벌일 때는 독수리나 성조기 브로치로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독사 같다’는 비난을 받았을 때는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맞서기도 했다.

미셸 여사는 개성 넘치는 옷차림으로 유명 패션잡지인 ‘보그’와 ‘글래머’의 표지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치적 의미를 담은 영부인 패션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그녀는 지난해 방중 기간 중국 사람들이 행운을 상징하는 뜻으로 여기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는 센스를 보여줬다. 최근 타계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조문을 위해 사우디를 찾았을 때는 히잡을 두르지 않아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셸 여사가 사우디의 여성 인권침해 문제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