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아서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독일 초대 총리 비스마르크가 남긴 이 말은 과거 육가공 제조 공정이 비위생적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찾은 충북 진천의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은 재료 선별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위생과 함께 원료육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이 단계별로 적용됐다.
먼저 부위별 원료육이 들어오면 뼛조각이나 힘줄 등의 불순물을 직원들이 일일이 제거한 후 다음 단계로 넘겨졌다. 냉동 상태로 입고되는 원료육은 해동 과정에서 육즙이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온텀블러 해동 기술도 도입됐다. 진공 상태에서 섭씨 33도의 증기를 분사해 해동 시간을 단축하고 육즙 손실을 최소화했다.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과 같은 공기여과시스템도 갖췄다. 3단계 필터 관리를 통해 먼지를 제거하고 압력 차를 둬 바깥 공기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기류 및 기압 관리도 하고 있었다.
이날 첫선을 보인 냉장햄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 생산을 위해 2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초박(Ultra-thin) 슬라이스 기기를 도입했다. 기존 슬라이스햄 두께(1.2∼2.5㎜)보다 얇은 0.8㎜로 햄을 잘라 내면서도 부서지지 않고 물결무늬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CJ제일제당은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육가공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2000년대 들어 각종 첨가물을 제거한 ‘건강 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면 앞으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는 새로운 냉장햄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캠핑과 브런치의 대중화,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크래프트(수제) 맥주 등 트렌드 변화에 맞는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갖춰나갈 예정이다.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 외에 오는 7월에는 천연 돼지내장 껍질을 사용한 ‘더 건강한 천연장후랑크’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저나트륨 추세에 맞춰 저나트륨 제품군도 추가로 확충한다.
곽정우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상무는 “국내의 경우 삼겹살과 불고기 등을 먹는 육류 습관으로 1인당 소비하는 육가공제품이 일본의 2분의 1, 독일과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소주·삼겹살 대신 맥주·수제햄으로 식습관이 변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천=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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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 0.8㎜ 초박 슬라이스햄 첫 생산
입력 2015-03-2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