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백령도 북쪽 바다는 5년 전 그날을 잊고 있는 듯 평온했다. 하지만 연평도 인근 222해상전진기지를 떠난 최신예 유도탄고속함(PKM·440t) 윤영하·황도현·박동혁함에서 함포들이 불을 뿜자 잔잔하던 해상이 일순간에 거친 파도로 요동쳤다. 뽀얀 포연 속에서 멀리 포탄에 명중된 목표물 인근에서 거센 물기둥이 치솟았다. 222해상전진기지에는 유도탄고속함과 참수리 고속정(170t급)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감시하는 함정들이 상시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해군은 19일 천안함(1200t급) 폭침 5주기를 앞두고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되는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의 전초전이다. 이번 해상기동훈련에는 을지문덕함 (KDX-I·3500t급)을 비롯해 10여척이 참가해 대함·대잠·대공 훈련을 실시한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NLL 인근에서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천안함은 밤 9시쯤 임무교대 준비를 위해 백령도 연화리 인근으로 접근했다. 북한 해안포 공격 가능지점을 피해 백령도 해안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천안함은 은밀히 침투한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어두운 수면 아래서 기습적으로 발사한 어뢰에 두 동강이 났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해군은 해상작전 운영개념을 대폭 강화했다. 해상훈련의 강도도 높아졌다.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이라는 실전을 경험했다”며 “적 도발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해상사격훈련에 참가한 유도탄고속함은 모두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의 기습적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이름을 붙인 함정들이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보복·응징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군은 훈련시간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기습상황에 대비해 갑작스레 전투훈련이 시작된다. 이날도 3척의 최신예 구축함 승조원들은 언제 훈련이 실시될지 몰랐다. 하지만 함교에서 총원 전투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승조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자신의 전투임무 위치로 달려갔다. 흰색 위생복을 입은 조리병도 예외 없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76㎜ 함포가 기민하게 움직이며 빠른 간격으로 포탄을 쏟아냈다. 연이은 포탄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유도탄고속함 3척은 동시에 같은 목표물을 향해 조준 사격했다. 고속함 화력통제컴퓨터는 초탄 발사 뒤 궤도를 추적해 시시각각 자동수정 작업을 거쳐 함포가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하도록 했다. 발사된 포탄이 명중됐는지는 열상감시장비(TOD)가 확인했다.
유도탄고속함은 무거운 몸체에 비해 기동이 빨랐다. 농구장 2개 길이의 함정이 순식간에 회전기동을 했다. 3척의 고속함이 동시에 90도 회전기동을 하는 것은 장관이었다. 북한 함정과 잠수함 공격을 신속하게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마주하고 있는 북한 내륙과 점점이 흩어져 있는 북한 무인도에는 해안포와 122㎜ 방사포들이 밀집 배치돼 있다. 북한은 NLL이 멀지 않은 해상에서 노골적인 도서점령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관계자는 “언제든 실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자세로 감시 업무과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국방부공동취재단·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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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3 02:55 수정 2015-03-23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