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5년-인터뷰]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5년 前 피로 조국 지킨 그들을 우린 잊지 말아야”

입력 2015-03-23 02:07 수정 2015-03-23 09:48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조용근(69)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천안함 폭침은 시간이 흐른다고 잊혀질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을 잃은 사람들과 전우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 군과 천안함재단 관계자들에게는 천안함 폭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조 이사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의 힘은 강하다”며 “천안함 사건 유족들과 생존 장병들에게 지난 5년은 힘겨웠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피로 지켰던 조국의 소중함과 상실의 아픔을 함께 나눈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을 규정한다면.

“세월이 참 빠르다. 하지만 빨리 지나간 세월에서도 지울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그런 일이다. 어이없이 당한 일로 소중한 46명의 생명을 잃었다.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 5년이었다.”

-천안함재단은 무슨 일을 해 왔나.

“천안함재단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뒤 국민들의 성금으로 이뤄진 재단이다. 당시 모금된 395억원 가운데 유족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145억원으로 출발했다. 초등학생들의 코 묻은 돈도 있었다. 국민들의 염원에 충실하려고 노력해 왔다.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유족들의 복지와 생존 장병의 건강한 사회 복귀, 해군·해병대원의 복지, 병영문화 개선과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어떤 일부터 시작했나.

“재단 출범 시 전사자와 유족들에 대한 배려는 많았다. 상대적으로 생존 장병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 생존 장병들을 돌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들은 죄인이 아니다. 허술한 장비로 근무하게 한 국가의 책임이 더 컸다. 생존 장병 58명을 초청해 1인당 격려금 500만원을 지급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초청해 모임을 갖고 수기집도 내고 있다. 천안함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치유상담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성과가 있었나.

“힘을 얻는 생존 장병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들은 아직도 큰 부담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진해를 방문했을 때 천안함에 근무했던 한 생존 장병의 8살 난 아들이 ‘아빠는 내 생일에는 안 계셔요’라고 말해 가슴 아팠다. 이 꼬마의 생일이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못하고 늘 국립대전현충원에 가 있었다. 이제는 자유롭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천안함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토닥이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7월 2일 1박2일 일정으로 천안에서 유족들과 생존 장병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유족들이 생존 장병들을 돕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천안함 46용사의 막내인 고 장철희 일병 부모가 천안함 승조원 가운데 어려움을 겪는 전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장병들을 위해 써달라며 금일봉을 재단에 보내왔다. 부상 후유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고 학업을 이어가지도 못하는 한 생존 장병에게 전달했다. 그의 부모가 많은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고맙고 또 감사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장병들 위로 방문도 하고 있는데.

“서해 최전방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천안함의 조국수호 정신을 이어가는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일이나 명절에는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천안함 선체 수색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 묘역을 찾아 꽃도 갈아주고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천안함 46용사들의 모교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청소년들을 위한 안보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를 견학한 어린 학생들이 ‘우리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할 때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아쉬움은 없나.

“아직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믿지 않고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게 아쉽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항상 천안함 선체를 보라고 말한다. 그 처참한 현장을 보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천안함재단 이사장을 연임하고 있다. 어떻게 이사장을 맡게 됐나.

“천안함과는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날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한 날이었다. 우연으로 볼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특별한 인연으로 맡기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안함 성금모금 시 세무사협회장으로 있었는데 회원 1만명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 2300만원을 KBS에 기탁하러 갔다. 기탁 후 관계자들과 간단히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성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후 결성된 특별위원회 시민대표로 참여했고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해온 것도 영향이 있지 않았겠나.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던 1994년부터 석성재단을 운영해 왔다. 석성은 돌로 이룬다는 뜻인데 아버지와 어머니 함자의 중간자를 따왔다. 두 분이 남긴 재산을 불려서 만든 기금으로 운영된다. 과거의 나처럼 어렵고 힘든 가정형편에서도 학업의 뜻을 꺾지 않고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세무법인 석성의 매출액 가운데 1%는 장학재단에 기부된다. 4년 전부터는 증중 장애인 재활 지원을 위한 ‘석성 1만 사랑’운동도 시작했다. 2008년 충남 논산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석성 나눔의 집’ 1호를 열었다. 27일에는 2호가 문을 연다.”

-올해로 정부가 주관하는 천안함을 기리는 행사는 끝나고 내년부터는 해군이 주관하게 된다.

“정부가 주관하지 않는다고 국민의 관심이 약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천안함재단은 앞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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