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47·해사 45기·사진) 중령이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최 중령은 22일 국방부 기자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눈을 뜨나 감으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 어디서고 잊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과 함께 차가운 봄 바다에 꽃다운 생명을 묻어야 했던 부하 46명은 여전히 그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이 침몰하기 직전까지 그는 구조용 보트 탑승을 거부했다. 함미는 가라앉았고 기우뚱한 함수를 수색했지만 승조원 46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함장은 끝까지 배와 함께 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부하들의 강권에 그는 마지막으로 구조용 보트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그는 부하들을 두고 온 죄인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최 중령은 해군작전사령부 예하 8전투훈련단 종합전술훈련대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약 2년간 천안함을 지휘했다”며 “유난히 단합이 잘되고 용맹스럽고 믿음직한 부하들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최 중령은 북한 어뢰에 당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천안함 같은 초계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무기체계는 어뢰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군함에 어뢰 공격을 감행할 집단이 북한 외에 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원인 규명에 나섰고 어뢰 추진체도 발견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났다. 그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어 아쉽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걸까요? 정부와 군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 때문일까요?”
최 중령은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적 잠수함 공격을 경험한 만큼 장병들이 실전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교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의 천안함 사건’은 있을 수도 없고 북한 도발에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먼저 하늘나라에 간 부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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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5년-인터뷰] 최원일 前 함장 “언제 어디서고 잊은 적 없어”
입력 2015-03-23 02:57 수정 2015-03-23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