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줌마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라 불릴 때가 내가 ‘하나의 사람’임을 생생하게 느끼는 때다. ‘아주머니’가 좀 더 기분이 낫기는 하다. “아줌마!” 하고 불리면 뭔가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아서 움찔하고, “아주머니!” 하고 불릴 때는 집안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좋다.
아줌마인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반말조를 하는 게 아주 싫다. 아저씨들에게는 ‘사장님, 선생님, 아버님’ 운운하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면서 왜 아줌마들에게는 말끝이 짧아지는가? 나도 온전한 존댓말을 듣고 싶다. 아줌마인 나는 나를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주 싫다. 특히 업체 사장님들이 주로 그런다. 질문에 제대로 답도 안 해주면서 뭐 그런 걸 묻느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거나 농담으로 때우려 드는 게 싫다. 아줌마인 나는 환경도 생각해야 하고, 건강도 생각해야 하고, 안전도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줌마인 나는 허영심으로 덤터기를 씌우려 드는 행태가 아주 싫다. 왜 아줌마는 ‘젊어 보인다, 있어 보인다, 멋지다’는 거품 칭찬이나 ‘사모님’ 소리에 쉽게 지갑을 열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줌마인 나는 왜 그 값인지 조목조목 알고 싶다. 깎으려 든다고? 아니, 우리는 ‘제값’을 내고 싶을 뿐이다.
아줌마인 나는 ‘테크’와 ‘경영’에 조금만 관련된 항목만 되면 어린아이 취급 받는 게 아주 싫다. 예컨대 휴대폰, 컴퓨터, 집 고치기, 설비, 금융, 관리 등 일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우리도 일상적으로 쓴다. 기본 상식은 갖고 있다. 적당히가 아니라 의문점에 대해 또록또록 알고 싶다. 해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태도는 정말 싫다.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로 사는 게 편치만은 않다. 아저씨로 사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결론은 이렇다. 아줌마, 아저씨는 보통사람이고 보통시민이다. 보통사람, 보통시민에 대해 사람으로 대해주고, 예절을 갖춰주고, 속이려들지 말고, 내용을 알려주고, 결정권을 존중해 달라는 말이다. 아줌마들은 열심히 자란다. 부디 무시하지 마라!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아줌마 무시하지 마세요!
입력 2015-03-2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