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해오자 다급해진 정부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규 투입되는 1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집행시기만 당겨놓은 셈이라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임금 정체 등으로 소비 회복세가 미약하고 기업 투자도 견실하지 못하다”며 “경제 개선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유효수요 증대를 위한 추가 대책’에는 정부가 올 상반기에 예산 3조1000억원을 추가로 조기 집행하고, 연내에 6조9000억원의 투자를 확대하는 등 모두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제 활성화 방안이 담겨 있다.
우선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인건비·기본경비·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집행관리 대상 사업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액을 2조원 정도 늘리기로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운영 중인 46조원 정책 패키지 중 올 상반기 집행액도 기존 5조5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확대했다. 5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 촉진 프로그램도 당초 계획보다 집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유가 하락과 부지 매각으로 인해 여윳돈이 생긴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이 1조4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고, 규제로 인해 지지부진하던 현장대기 프로젝트도 조기에 가동해 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수산단 내 신규 공장 설립, 경북 영양 풍력발전 사업 등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민자유치 제도도 정부와 민간이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민간 투자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확장적 거시정책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계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릴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다. 최근 한국은행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재정정책도 확장적으로 운영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민간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게 핵심”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맞물려 경제 심리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부양책 가운데 신규로 투입되는 금액은 1조9000억원에 그쳐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많다. 나머지는 집행 시기만 당겨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반기 경제 경착륙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결국 경기 부양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이슈분석] 경기 부양 절박 ‘10조 수혈’
입력 2015-03-21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