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정부 지원금과 함께 2005∼2010년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에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의 ‘계좌 관리’가 부실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컨소시엄의 계좌는 오랫동안 지급처조차 파악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컨소시엄에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한 기업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 수사를 받고 있는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다.
경남기업으로 흘러간 정부 자금의 흐름을 쫓는 검찰은 한국컨소시엄의 계좌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석유공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캄차카 사업 회계감사나 계좌 관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경남기업과 공모 혐의는 없는지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석유공사 관계자 소환이 다음 주쯤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20일 석유공사의 2014년 내부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 감사실은 지난해 6월 탐사사업처를 대상으로 각종 해외 광구 탐사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하며 계좌 관리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실은 한국컨소시엄 계좌의 비용 처리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며 “지급처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절차를 추가하라” “담당 직원 재정보험 가입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석유공사는 이 요구대로 지난해 11월 조치를 완료했지만, 현재 ‘눈먼 돈’을 집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2010년 한국컨소시엄이 별다른 성과 없이 탐사를 접어야 했던 러시아 캄차카 지역의 ‘티길’ ‘이차’ 광구의 회계감사에서는 석연찮은 정황도 포착됐다. 석유공사 감사실은 지난해 8월 두 광구의 회계감사 용역 계약에 문제가 있었다고 적발해 담당자에게 주의를 통보했다. 감사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용역 계약 체결 시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경남기업은 이 지역의 자원 매장량 및 기대수익률을 부풀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 성공불융자금을 타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실은 ‘종료 광구 융자감면에 관한 사항’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운영 사무소의 중요 회계서류에 대해 종합적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사업 종료 광구의 성공불융자금 감면 등은 검찰의 경남기업 정부 지원금 유용 수사에서 핵심 사항이다. 러시아 ‘티길’ ‘이차’ 광구 탐사가 2010년 사업 실패로 끝난 점을 감안하면 이 지적은 한국컨소시엄의 회계서류와 관련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
캄차카 사업의 실패는 석유공사에 별다른 교훈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실은 지난해 6월 내부감사에서 “시추 등 탐사작업 진행 상황, 광구별 누적 투자비, 광권 관련 변동사항 등 정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한국컨소시엄 계좌관리 부실”… 내부 감사 때도 적발
입력 2015-03-21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