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시범경기 순위≠정규리그 순위’라는 이상한 공식이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나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팬들에게는 불편한 공식이고 꼴찌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공식이다.
20일 시범경기에서는 넥센과 NC가 각각 LG, 삼성 라이온즈를 이기며 공동 1위에 올랐다. 전날까지 1위였던 LG는 이날 패배로 4위까지 밀렸다. 한화는 2승 8패로 최하위다.
시범경기는 프로야구 출범 다음해인 1983년부터 열렸다. 시즌이 끝나면 각 구단은 선수영입과 연봉협상 등 스토브리그를 거친 뒤 해외 전훈을 통해 옥석을 가린 뒤 선발라인업의 틀을 짠다.
시범경기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갖게 되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시험무대)’다. 그러다 보니 구단들은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정규리그 전력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진은 투구수와 이닝수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타자들도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자제한다. 이러다 보니 시범경기 순위가 정규리그 순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야구 전문가들도 “시범경기는 감독들이 전력을 테스트하는 마지막 기회이고 선수들은 전력을 끌어올리는 시간”이라며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선 코칭스태프는 시범경기 분위기가 좋으면 정규리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최근 기록을 놓고 보면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리그 성적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 32년간 시범경기에서 1위에 올랐던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87년 해태 타이거즈, 92년 롯데 자이언츠, 93년 해태, 2002년 삼성과 2007년 SK 와이번스 등 6번에 불과하다. 확률상 18%다.
특히 2010년 이후 시범경기 4강팀 중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1년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한 롯데가 정규리그에서 최종 3위를 한 것만 빼면 두산 베어스, 넥센, LG가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2012년 역시 SK가 시범경기에서 1위, 정규리그에서 2위를 기록했을 뿐 넥센과 한화, LG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시범경기에서 1∼4위에 올랐던 두산, LG, NC, KIA 중 가을 야구에 참여한 구단은 LG와 NC 뿐이었다.
반면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6위에 머물렀던 삼성과 넥센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삼성은 사상 첫 4년 연속 통합우승도 차지했다. 2013년과 지난해 시범경기 1위였던 KIA와 두산은 정규리그를 각각 8위와 6위로 마감했다.
시범경기 상위권 팀들이 좋은 분위기를 정규리그로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하위권 팀들이 지금의 부진을 토대로 정규리그에서 반전을 꾀할 것인지는 오는 28일 개막하는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시범경기는 ‘시범’일 뿐… 프로야구 32년 경기 분석
입력 2015-03-21 02:08 수정 2015-03-21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