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답이 없다 ‘허송세월’… 대타협기구 28일 문 닫는데 ‘여야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15-03-21 02:20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활동기간 90일 중 82일을 허송세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8일이면 문을 닫는데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개혁 필요성에 공감해 대타협기구까지 만들어놓고 야당은 안(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당은 재촉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냈다.

정치권은 20일에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판을 깨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을 요구하는 데 대한 반박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들어 대타협기구를 만들었고 여기서 개혁안을 만드는 게 근본 취지”라며 “이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기구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왜 짐을 야당에 떠넘기느냐”고 맞받았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면 정부와 새누리당이 성심성의껏 임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야당을 공격해 득을 보자고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화살을 돌렸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여야 합의문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부안을 내놓도록 하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야당안을 제시한다는 문구가 담겼지만 서로 “상대가 먼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와 4·29재보선이 코앞에 닥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야는 개혁 방식에서부터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새정치연합은 기여율과 지급률을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여당 안대로라면 결국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 수준의 ‘용돈연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집중 추궁하는 이유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19일 대타협기구 재정추계 분과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도 논란이 됐다. 2040년이 되면 정부 보전금이 2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야당과 공무원 단체는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재정추계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제도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그마저 의견접근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신규 가입자에게 국민연금을 적용하는 대신 저축계정을 보완하는 형태의 ‘구조개혁적 모수개혁안’을 내놓았고, 새정치연합도 ‘모수개혁에 구조개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단체는 대타협기구 활동기간 연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대타협기구 운영에 관한 국회규칙에 ‘기간 내 개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논의된 사안을 정리해 연금특위에 제출한다’고 규정돼 있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안에 반대만 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않아 ‘시간 끌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