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소년’ ‘월남스키부대’ 등… ‘주목’ 웰메이드 코미디 연극!

입력 2015-03-23 02:49
연극 월남스키부대. NEW 제공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바로 이 구절이 담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때문에 일어났다. ‘시학’은 비극을 다룬 1권만 전해지지만 학자들 사이에선 희극을 다룬 2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설 속에서 윌리엄 수사는 호르헤 수사와 벌이는 논쟁에서 웃음이야말로 억압과 고통을 해방하는 선(善)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사는 것이 워낙 팍팍해서인지 맘껏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찾는 관객이 늘었다. 그동안 한국 공연계에서는 비극에 비해 희극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완성도 있는 코미디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썩 괜찮은 작품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2년간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를 함께 얻었던 연극 ‘헤비메탈 걸스’ ‘유도소년’ ‘월남스키부대’는 모두 올해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헤비메탈 걸스’(2월 13∼3월 1일 예그린 시어터)는 권고사직을 받은 30∼40대 여자 직장인들이 새로운 사장 눈에 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헤비메탈 밴드를 만드는 처절한 과정을 담았고, ‘유도소년’(2월 7일∼5월 3일 아트원씨어터)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월남스키부대’(4월 4일∼6월 16일 대학로 TOM2관)는 입만 열면 허풍을 쏟아내는 김 노인의 월남전 영웅담과 그 속에 숨겨진 가족애를 다뤘다.

세 작품 모두 탄탄한 희곡과 코미디로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헤비메탈 걸스’는 오는 10월 또 한 번 재공연될 예정이고, ‘유도소년’과 ‘월남스키부대’는 최근 영화화가 결정됐다.

뮤지컬에서도 발칙한 코미디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지원프로그램인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뒤 올해 무대에 오른 ‘난쟁이들’(2월 27일∼4월 26일 충무아트홀)이다. 이 작품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사랑보다 조건을 중시하는 이 시대의 가치관에 맞춰 사정없이 비틀었다. 공감가는 대사와 B급 유머 그리고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가 시종 웃음을 이끌어낸다. 지난해 초연 때의 ‘19금’ 유머를 이번에 ‘15금’으로 낮췄다곤 하지만 여전히 수위가 만만치 않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