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못 구해 미안” “온정 평생 못 잊을 거예요”… 세월호 구조 진도 주민-단원고 생존학생 재회

입력 2015-03-21 02:15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때 필사적인 구조 활동으로 단원고 학생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이 20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 당시 구조된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고 있다. 안산=이병주 기자
진도 주민들이 단원고 교실을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한 어머니가 희생된 학생의 영정을 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이병주 기자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때 바다에 빠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구조하고 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 81명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를 찾았다.

단원고 운동장으로 조도면 주민들을 태운 3대의 버스가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생존 학생 75명과 선생님들은 노란 카네이션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학생들 얼굴에선 거의 1년 만에 재회한 가족을 맞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눈물을 훔치더니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이어 생존 학생들의 손을 꼭 잡고 희생된 학생들이 생활했던 교실을 둘러봤다. 2학년 3반 교실에서는 5∼6명의 주민들이 연신 눈물을 흘리며 교실을 떠나지 못했다. 이정단(66·여)씨는 책상에 놓여 있는 희생된 한 학생의 사진을 쳐다보며 “너무나 불쌍하다. 살아 있으면 여기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아이인데…”라며 흐느꼈다.

주민들이 지하 1층에 마련된 환영식장에 들어서자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 30여명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인사했다. 추교영 교장은 환영사를 통해 “어린 생명을 지켜내려 고생했던 마음에 절절히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가슴 깊이 간직했던 감사의 마음을 편지로 전달했다. 편지에는 “우리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이불을 꺼내 우리를 따뜻하게 덮어 주시고 라면과 음식도 주시며 안정시켜 주셨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적혀 있었다.

지난 1월 생존학생들이 캄보디아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환하게 웃던 조도 주민들은 ‘짧은 만남, 긴 추억’을 간직하며 교정을 떠났다. 조송월(64·여)씨는 “모두 못 구해 미안하다. 그래도 학생들의 환한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버스에 올랐다. 학생들은 “안녕히 가세요”라며 손을 흔들고 하트 모양을 하늘 높이 그렸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