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에서 2004년 아내 이름으로 금형정공 업체를 차린 지모(54)씨. 회사를 대기업에 휴대전화 금형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로 키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지씨는 직원들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나쁜 사장이었다.
20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최근까지 지씨의 업체 직원들이 신고한 임금 등 금품체불 사건은 103건에 이른다. 지난해 말 국세청에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사업장이 폐쇄될 때까지 남아 있던 직원 24명의 체불 임금이 5억5100여만원에 이른다. 지난 10여년간 지씨의 만행을 견디지 못해 먼저 퇴직한 직원들의 체불 임금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씨는 악덕업주였다. 임금을 몇 개월씩 체불하기 일쑤였고, 그나마 임금을 주는 달에도 원래 약속한 것보다 적은 금액을 줬다. 힘들어 나가려는 직원에게는 “사정이 나아지면 밀린 돈을 다 주겠다”고 속여 붙잡아 두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퇴직하는 직원에게는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았다. 직원을 뽑을 때는 대기업 수준으로 수당과 상여금을 주겠다고 말해놓고 나중에는 “수당과 상여금은 상황에 따라 안 줘도 되는 돈”이라며 말을 바꿨다. 그는 금품 체불로 64차례나 불구속 기소됐지만 수십∼수백만원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었다.
그의 만행은 임금체불에서 끝나지 않았다. 직원들의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 직원들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들어놓고 자신은 부담금을 전액 납부해 퇴직연금 1500여만원을 따로 챙겼다. 또 회사 장비를 유출하는 등 수십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명목상 대표인 아내 안모(52)씨는 남편이 임금 체불로 신고된 52건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직원들의 삶은 비참했다. 가족의 수술비를 대야 했던 직원, 아픈 남편을 대신해 자녀들을 돌봐야 했던 직원,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직원 모두 희망을 잃었다. 전세금을 올려주지 못해 작은 방으로 쫓겨난 직원도 있었다. 지씨는 이처럼 직원들을 희생시켜 번 돈으로 인도에 사업장을 더 내는 등 자신의 부를 축적했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지씨가 뉘우치는 기색이 없자 일벌백계 차원에서 지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했다.
신광철 근로감독관은 “지씨는 조사에서 밀린 직원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으로 주면 된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도 자신은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 강한 처벌을 피하려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구미=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임금 떼먹고… 후안무치 업주
입력 2015-03-21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