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에 걸친 이란 핵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보유량을 40% 줄이는 대신 미국과 서방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일부를 즉시 해제하는 합의 초안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31일로 예정된 이란 핵프로그램 관련 협상 마감시한을 앞두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닷새째 협상을 벌였다.
AP통신은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원심분리기 보유량을 10년간 6000기로 제한하는 안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이 보유한 가용 원심분리기는 1만기 정도로 알려졌다. 원심분리기의 보유 규모가 클수록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대량 제조할 수 있기에 미국은 이를 줄여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결정한 시점부터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 1년 정도는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또 핵 시설 규모와 우라늄 농축농도 제한 조치도 15년 이상으로 할 것을 주장해 왔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인만큼 이런 제한이 10년 미만이어야 한다고 맞서 협상이 난항을 겪어 왔지만 이란이 원심분리기 규모에 대한 축소를 감수하고 미국은 제한 기간을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주어질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시기와 규모를 놓고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측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은 타결 즉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과 서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신년(누루즈) 기념일(21일)을 앞두고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협상 타결까지 남은 며칠, 몇 주가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지금과 같은 역사적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이란 핵협상 타결 임박
입력 2015-03-21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