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아들 각막 받을 베이징 사람 찾습니다”

입력 2015-03-21 02:23 수정 2015-03-21 22:58

“꼭 각막만은 베이징 사람한테 기증돼야 해요. 꼭이요.”

왕자오보와 황윈펀 부부는 뇌사 상태에 있는 아들 왕하오다(8·사진)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장기기증 사업을 하는 홍십자회에 각막은 꼭 베이징 사람에게 기증돼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과 오성홍기 사진을 본 뒤 ‘언젠가 꼭 천안문 광장의 국기게양식을 보고 싶다’고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소망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라도 이뤄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오다는 8개월 되던 해 가와사키병을 앓으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2013년 10월 수업 중에 갑자기 연필을 잡을 수 없게 되고 경련이 일어납니다. 고향 지린성 퉁화의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고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고정 직업 없이 하루 벌이도 힘든 왕씨 부부는 약으로 어떻게든 치료를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아들의 생명이 2년도 안 남았고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오다도 죽음을 예감했는지 “엄마, 저 죽는 거예요”라고 자꾸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엄마 황윈펀은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4일 새벽 하오다는 병세가 악화돼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아들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싶니?” “그럼요.”

하오다는 17일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베이징의 종합병원인 무경총의원으로 옮겨집니다. 다음 날 오전 의료진은 3분간의 묵념 후 2시간반가량의 수술로 하오다의 몸에서 콩팥 2개와 간, 각막 2개를 떼어냅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콩팥과 간 이식 수술이 이어져 3명이 생명을 구합니다. 두 개의 각막은 주인을 찾기 위해 베이징에 사는 환자를 수소문 중에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합니다. “각막을 받은 분이 아들의 사진을 들고 천안문 광장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엄마의 바람입니다.

베이징=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