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은 통도사와 내원사라는 절이 있는 지역이다. 그러니만큼 불교와 유교문화의 색채가 짙은 기독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산중 교회였던 삼양교회가 교계의 중심 교회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양산으로 내려온 저자는 개척 1년 만에 성도가 100명이 넘는 교회로 만들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사람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제자훈련’과 ‘성령운동’ 두 축을 세웠다. ‘장수대학’을 설립해 동네 어르신들을 극진히 모셨다. 아직 신앙이 없으면서도 라디오 생방송에 전화를 걸어 장수대학을 소개하면서 삼양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단지 어르신을 섬기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장수대학은 전도의 문을 여는 귀한 열매를 안겨줬다. 기독교의 힘이 약한 지역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저자는 7장에서 ‘꿈과 기도의 비밀’에 대해 얘기한다. 그가 선택한 카드는 ‘순종’이었다. 신학도 시절 그는 요셉처럼 꿈을 꾸는 청년이었다. 총신대 신대원에 다닐 때 시골교회에서 한 가정을 데리고 목회를 한 적이 있다. 저자는 당시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매일 차를 다섯 번씩 갈아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8㎞를 달려가야 했다. 저자는 그 길을 5년 동안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사례비로 무척 적은 돈을 받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죽도록 충성을 다했다. 이에 대한 보상은 기가 막혔다. 복음의 불모지 양산으로 가라는 명령(?)이었다. 당시 양산에는 저자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교회가 하나도 없었다.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와 각종 프로그램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목회자들은 웬만하면 수도권에서 사역을 하려고 했다. 한창 열정이 충만한 신학대 졸업생도 마찬가지였다.
골방에서 몇 날 며칠을 기도하는데 신기하게도 양산 땅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커져만 갔다. “예수님은 진정한 목자라면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단 한 분의 성도라도 제 설교를 듣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저자는 만류하는 분들을 안심시키며 짐을 싸서 시골로 내려와 34년간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사역에 매진했다. 어느 새 삼양교회는 양산에서 제일 큰 교회로 성장했으며, 지역사회 및 지역교회와 그 열매를 더불어 나누는 ‘섬김의 교회’로 변모했다.
저자는 꿈꾸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구하면서 기도하는 사람으로 “이 시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을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떠나면 절이 좋아할 것 같아 대도시 큰 교회 청빙 요청을 수차례 거절했다는 저자는 사랑하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5가지 교훈을 들려준다. 소망을 가지고 엎드리고 성정이 아닌 섬김의 목회로, 비교의식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말 것을 권면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목회할 생각을 추호도 갖지 말고 늘 깨어 기도하며 위기에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복음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픈 이야기다.
추천사를 쓴 분들이 쟁쟁하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와 국제목양사역원장 최홍준 목사, 한목협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펜을 들었다.
먼저 홍 목사는 “목회를 시작할 때 읽었던 두 권의 책을 잊을 수 없다”면서 “백스터(Richard Baxter)의 ‘참목자상’과 설교에 있어서 기독교 역사상 가장 큰 감동을 준 스펄전(C H Spurgeon)의 ‘목회자 후보생들에게’가 그 책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새로운 목회 환경에서 생기는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부르신 곳’에서 찾을 수 있다”며 “목회의 길을 걷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최 목사는 “개척을 꿈꾸는 목회자에게는 이 책이 필독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목사는 “다음 세대의 목회자가 추구해야 할 교회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생면부지의 경남 양산에서 단 한 명의 성도와 전셋집에서 시작했던 목회가 이제는 2000명이 되는 교회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읽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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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