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추천한 인사들이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 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전원 선임되면서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은 당분간 수그러들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동제약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에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재선임하고 사외이사에 서창록 고려대 교수, 감사에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각각 선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일동제약 측이 추천한 후보다.
녹십자는 주총 전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에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 감사에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일동제약 측 후보 선임 안건이 먼저 원안 가결돼 폐기됐다. 김찬섭 감사 후보자 선임 안건은 일동제약이 과반 이상의 반대 의결권을 확보해 표결 없이 부결됐다.
일동제약은 전체 지분의 32.52%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 녹십자의 지분은 29.36%다. 여기에 일동제약 지분 중 일동후디스(1.36%)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 일동제약 경영진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1.16%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불과 1.8% 포인트에 불과하다. 일동제약은 “지분율 10%를 갖고 있는 피델리티를 포함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의결권을 전달한 외국인 주주들이 100% 일동제약 추천 인사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은 일동제약과 녹십자가 단순히 이사 선임만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일동제약이 녹십자 측에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확답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녹십자가 답변을 거부하면서 녹십자가 이사회 진출을 통해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왔다.
이사 선임은 불발됐지만 녹십자는 주주로서의 적법 권리 행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이후 경영권 이슈가 불거질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해에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회사 분할안을 놓고 일동제약과 녹십자가 대립한 바 있다.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상생과 신뢰를 위해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녹십자 측은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한 권리 행사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일동제약, 녹십자 상대 1차 방어전 勝
입력 2015-03-21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