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꽃샘’, 봄꽃을 질투하는 심술꾼

입력 2015-03-21 02:25

세상에는 부르지 않아도 제 발로 오는 게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봄이라지요? 그것도 꽃신을 신고서.

그런데 봄꽃이 고운 자태를 뽐내는 게 미워 눈을 흘기는 치가 있다 합니다. ‘꽃샘’이 바로 그자인데 예쁜 이름과는 영 어울리지 않지요?

흔히 ‘꽃샘추위’라고 하는 꽃샘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부리는 매서운 날씨라는 뜻으로, 이른 봄 꽃이 필 무렵 변덕스럽게 추워지는 날씨를 말합니다. ‘꽃샘하다’처럼 동사로도 쓸 수 있지요. 꽃샘을 한자로 ‘화투연(花妬娟)’이라고 하는데, 그자의 성격이 한층 분명해집니다. ‘妬’가 질투할 ‘투’자이거든요.

“그때 눈 같은 꽃 이파리를 포르르 날리며 쌀쌀한 꽃샘이 목덜미로 스며든다.” 김유정(金裕貞)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는 걸로 보아 만만한 놈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설늙은이는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기질이 노쇠한 사람을 말합니다. ‘잎샘’이라는 말도 있는데 꽃샘과 같은 뜻입니다. 파릇이 돋는 새잎도 시샘을 하네요.

오늘은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인데 기독교에서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으로 삼는 날입니다.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날 다음의 첫 일요일이 부활절이지요.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