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적지서 기적… 4강 PO 1차전 동부산성 함락

입력 2015-03-20 03:55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19일 열린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인천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덩크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쯤 되면 기적이라는 단어를 써도 이의를 제기할 농구팬은 없을 듯 하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감독들은 저마다 이 팀을 두고 “무섭다”는 표현을 썼다. ‘미라클’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인천 전자랜드 얘기다.

19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전자랜드는 이날 원주 동부를 66대 62로 누르고 짜릿한 1승을 챙겼다.

전력면에서 보면 ‘동부산성’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빅맨을 거느린 동부의 우위였다. 전자랜드가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다면 동부는 1위 울산 모비스와 순위 경쟁을 벌이며 2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전적에서도 두 팀이 여섯 번 만났지만 전자랜드는 단 2승만 챙겼다.

그럼에도 승리는 전자랜드가 거머쥐었다. 경기를 끝낸 유도훈 감독에게 ‘어디까지가 팀의 한계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 감독은 한계를 이야기하는 대신 “전자랜드만의 집중력이 강점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해결 해주는 선수가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자랜드는 위기 때마다 누군가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리카르도 포웰은 경기 초반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뛰면서 동부를 흔들었다. 포웰은 21득점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6득점에 그쳤던 정영삼도 득점 본능을 깨웠다. 홀로 외곽포 4개를 포함해 18점을 쓸어 담았다. 3쿼터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정병국은 4쿼터 9점을 몰아넣으며 자기 무대로 만들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의 침묵이었다. 공교롭게도 레더가 뛰었던 3쿼터 때 전자랜드는 위기를 맞았다. 그 사이 동부의 데이비드 사이먼은 자신의 장점인 골밑슛으로 점수를 올렸다. 김주성까지 공격에 가세하면서 6점을 리드하며 3쿼터를 끝냈다. 이날 레더가 기록한 유일한 득점은 3쿼터 때 던진 자유투 하나였다.

동부의 리드는 길지 않았다. 4쿼터를 시작하자마자 포웰과 정병국은 11점을 몰아넣었고 역전에 성공했다. 동부가 끝까지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승리로 전자랜드는 챔피언 결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금까지 36번의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 결정에 오른 것은 27번이었다. 2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21일 오후 4시 열린다.

원주=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