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해외 자원개발 비리의 환부를 도려낼 단초로 ‘성공불융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융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면 막대한 국고 낭비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기업에 무분별하게 지급된 성공불융자금을 “눈먼 돈”이라고 표현했다.
◇나랏돈, 대주주 일가로 유입됐나=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9일 경남기업이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 참여를 명목으로 받아간 성공불융자금의 구체적인 용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330억원 규모의 융자금 중 100억원 안팎을 빼돌렸다는 물증과 진술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탐사 목적으로 받아간 융자금을 부실 계열사 운영자금 지원 및 대주주 일가 생활비 등 사적 용도에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자금난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대상으로 분류된 2008년 전후로 오히려 해외 자원개발에 활발히 참여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경남기업 관계사 6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본사를 추가 압수수색했고, 성공불융자금 집행에 관여한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광구 예상 매장량, 기대수익률 등을 부풀려 돈을 타냈는지, 융자를 심의하는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로비를 벌였는지 등이 중점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1차 목표는 일단 경남기업의 사기·횡령 혐의 입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업체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피의자 신분이 된 경남기업 대주주 성완종(64) 회장은 채권단에 경영권 및 지분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회사 경영진도 일괄 사퇴서를 냈다.
◇‘눈먼 돈’ 꼬리표 언제까지=성공불융자는 민간기업의 탐사사업 진입 장벽을 낮춰 주지만 도덕적 해이의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상업적 생산에 실패하더라도 융자 원리금을 감면해 주는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1984년 도입 이후 2013년까지 총 27억 달러가 지원된 성공불융자금의 회수액은 절반 수준인 14억 달러다.
검찰은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눈먼 돈’을 마음대로 집행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자원개발 붐을 타고 민간기업과 컨소시엄 등을 구성, 성공불융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면된 성공불융자금은 모두 3677억원이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가 빌린 돈은 2245억원에 달했다.
초저금리로 손쉽게 제공된 나랏돈은 좀체 국고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성공불융자 지원이 승인된 사업은 209건 중 205건(98%)이었다. 신청하는 대로 지급된 셈이었다. 동시에 감면액도 2011년 273만 달러에서 2013년 9108만 달러로 33배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5253만 달러가 감면 처리됐다.
성공불융자를 집행하는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들은 “성공률이 15% 내외에 불과한 해외 자원 탐사사업 특성상 회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일관해 왔다. 하지만 무분별한 성공불융자 확대를 재고할 시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 관계자는 “성공불융자를 받은 많은 기업이 모두 문제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가예산에서 지원되는 성공불융자금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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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0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