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시작된 검찰의 대기업 사정이 롯데쇼핑 등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사정 당국이 과거 내사했던 사안을 다시 수면 위로 꺼내놓자 부담과 불만을 동시에 느끼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롯데쇼핑 내부의 수상한 자금 동향을 감지하고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롯데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검찰에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으니 사용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추가했으나, 검찰은 아직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 추적을 진행했고 1차로 70억원가량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0억원 중 상당부분이 총수 일가로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비자금 조성은 오해”라며 선을 그었다. 롯데쇼핑 측은 “이동 자금은 신입사원 면접비 지급, 부서 회식비, 교통비 등 업무 활동비로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이미 몇 달 전 소명한 내용으로 떳떳하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개인이 착복한 돈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 행위에 사용된 돈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세계는 오너 일가가 거론되고 있어 더욱 민감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신세계는 18일 사장단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검찰의 사정 작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신규 투자와 같은 정상적인 기업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 규제완화 및 경제 살리기를 약속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정의 칼을 들이대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만 검찰이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무차별 수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자, 일부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식 입장을 내 “검찰은 증거에 따라 ‘비리’를 수사할 뿐이고, 부정부패라는 환부만을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를 하겠다”며 “기업과 특정인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무차별 수사는 없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전방위 사정은 부담이 크다”며 “이른 시간 내에 의혹들이 규명되고 기업 전반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승주 지호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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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正 전방위 확산] 수사선상 오른 기업들 노심초사
입력 2015-03-20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