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분실 아이폰이 소개한 두 친구

입력 2015-03-20 02:08

미국 뉴욕에서 날아온 맷 스토페라(사진 오른쪽)는 지난 17일 밤 중국 광둥성 제양 차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 중국 청년으로부터 영어로 ‘웰컴 투 차이나’라는 환영 인사를 받은 스토페라는 어색한 중국어로 ‘니 하오’로 답했다. 그리고 아이폰 하나를 같이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평양 건너 인연이 없었던 두 사람을 맺어준 바로 그 아이폰이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스토페라는 지난달 자신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귤나무 앞에 서 있는 중국인과 불꽃놀이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1년 전 잃어버린 아이폰을 누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렸고, 중국의 네티즌들은 이 남성을 ‘귤나무 형’으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귤나무 형 찾기’ 해시태그는 5000만명 이상이 봤다. 이틀도 안 돼 귤나무 형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광둥성 메이저우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리훙쥔으로 문제의 아이폰은 친척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라고 했다. 리씨는 스토페라에게 고향에서 직접 만든 전통 객가(客家)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스토페라도 막 개설한 웨이보 계정을 통해 좋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다. 리씨는 18일 자신의 농장 식당에서 약속한 대로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우정을 상징하는 귤나무를 심었다고 중국신문망 등이 전했다.

한 네티즌은 “그들 사이의 거리나 국경, 언어조차도 우정에 어떤 장애가 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중국 언론들은 두 사람의 우정을 ‘중국과 미국의 우정’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