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넘어온 지 60년이 다 돼가요. 아버지가 먼저 넘어왔고 그 다음에 어머니와 제가 넘어왔죠. 우린 돈이 없어 결국 돌아갈 수 없었어요.”
두 딸과 함께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들어선 루프 홉스(68) 여사는 눈물을 글썽였다. 딸 클라우디아(47)는 “모국에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아마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5년 전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라울 마르필(78)과 그의 자녀 9명도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선언한 이후 1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미국 뉴욕과 쿠바 수도 아바나 간 직항편 운항이 이뤄졌다. 승객 140명을 태운 보잉737 여객기는 이날 저녁 JFK공항 활주로를 날아올라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지난 12일 양국이 16년 만에 직통전화를 재개통해 양국 간 통신길이 열린 데 이어 하늘길도 열린 것이다.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18일 미국 전세기 회사인 ‘쿠바 트래블 서비스(CTS)’가 뉴욕∼아바나 간 직항 항공노선을 개설하고 첫 운항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뉴욕에서 아바나까지는 3시간 반 거리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델타항공 등도 직항 노선 개설을 검토 중이다.
국교정상화 방침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쿠바에 대한 여행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가족 방문, 공무상 방문, 취재, 전문연구, 교육, 인도적 프로젝트, 민간 연구·교육재단 활동, 수출입거래 등 12개 분야의 여행에 대해서는 방문이 허용됐다. 취재 및 연구 활동 등에 필요한 장비도 쿠바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일반 관광 목적의 방문은 여전히 제한돼 있음에도 첫 항공편은 이미 한 달쯤 전부터 매진됐다. 왕복 1인당 운임은 이코노미석은 849달러(약 95만원), 비즈니스석은 1334달러(약 150만원)로 우회항로보다 비싸지만 CTS 관계자는 “여행시간과 간접비용이 줄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쿠바 여행에 관해 문의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호텔예약 전문 웹사이트 트리바고는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방침 발표 이후 미국인들의 쿠바에 대한 문의가 180% 증가했다고 전했다. 쿠바 국영 TV와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쿠바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300만명으로, 그중 미국인은 17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과 쿠바 간 국교정상화 원년인 올해에는 그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교정상화 2차 협상 직후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다음 달 10∼11일 열리는 미주정상회의 전까지 쿠바대사관 재개관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어서 향후 양국 간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뉴욕∼아바나’ 3시간반 거리 가는데 53년… 美·쿠바 직항편 첫 운항
입력 2015-03-20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