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등 부실기업 ‘밑빠진 독’ 은행 휘청… 성완종 회장 경영권 포기

입력 2015-03-20 02:13

경남기업, SPP조선, 대한전선, 성동조선해양 등 기업의 부실이 이어지면서 은행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 기업에 계속해 자금이 들어가고 있지만 회생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기업 부실로 충당금 걱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경남기업, 대한전선, SPP조선, 성동조선 등 4개 부실기업에 이달 내 지원하거나 지원을 결정해야 하는 금액은 1조2550억원에 이른다. 2013년 STX와 동양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은행권 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회복됐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동부건설, 모뉴엘, 대한전선 등으로 인해 일부 은행은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우리은행은 4분기 1630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금융 7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꼽았다. 금융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 조선, 해운, 철강업 등의 업황이 불투명해 비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은행권에는 신용등급 1∼3등급의 기업 대출은 줄고, 4∼7등급 대출이 늘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265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에도 3109억원의 손실을 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채권단에 신규 자금, 출자전환 등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20일 채권단이 최종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전선 역시 2012년 자율협약 후 1조원 넘게 지원됐지만 자본잠식으로 거래소가 관리종목 지정을 경고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하지만 은행이 채권단으로서 냉정하게 지원을 끊기도 어렵다. 이해 관계자, 금융 당국, 정치권의 압력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SPP조선 추가 지원과 관련해 정부와 관련된 기관과 그 외 채권단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 나타났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4곳(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은 자금 지원에 뜻을 보았지만, 국민·신한·SC·농협·외환은행 등 5곳은 난색을 표했다. 4곳이 보유한 지분이 66%에 불과해 채권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들은 따로 48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경남기업은 회사 주요 주주인 성완종 회장이 지난 17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경영권 및 지분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