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올소울스교회는 기독교 복음주의의 거장 존 스토트 목사가 담임했던 곳이다. 영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교회로 꼽힌다. 고 옥한흠 목사가 개척한 서울 사랑의교회는 한국의 대표적 장로교회로 제자훈련이라는 상징적 유산을 갖고 있다. 이들 교회를 각각 담임하는 휴 팔머(62) 목사와 오정현(59) 목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올소울스교회에서 대담을 갖고 세속주의, 종교다원주의, 자유주의 신학의 도전에 직면한 한·영 교회의 활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런던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교회가 물질주의, 세속주의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교회가 서로 배우면서 기도해 준다면 이 같은 도전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팔머 목사는 영국교회가 거센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올소울스교회는 스토트 목사가 담임을 했던 곳으로 영국뿐 아니라 세계복음전도사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교회”라면서 “65개국에서 온 성도들이 우리 교회의 예배를 보고 ‘아직 영국교회가 죽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오 목사는 “런던이나 서울이나 교회가 직면한 영적·정신적 환경은 비슷하다”면서 “특히 종교다원주의, 문화 상대주의의 여파로 절대 진리에 대한 불신, 가치해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상가상 반기독교 사조의 여파로 교회공동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데 절대적인 복음, 진리로의 귀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교회가 문화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침체 및 내부 분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팔머 목사는 “영국교회가 한국보다 더 긴 세월 동안 그런 경험을 했다”면서 “신약시대 이후부터 교회는 사회의 부정적 영향력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교회의 세속화 현상은 한국과 영국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년 전만 해도 영국에 대부흥 운동이 일어나 거리 모서리마다 교회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교회가 펍(Pub·술집)으로 바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보이진 않지만 한국사회가 급격한 문화혁명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분열로 인한 내상(內傷) 때문에 힘을 잃어 교회에 비우호적인 문화적 변화를 역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며 “다시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고 진리를 선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목사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복음전도의 열정을 되찾고 제자훈련과 영적 재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머 목사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복음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제자훈련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회 위기를 제자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교회가 복음의 같은 심장을 갖고 영국교회의 재부흥을 위해 기도해 준다면 고마울 것”이라며 “양국 교회가 파트너십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서로를 배우고 깊이 이해하며 기도한다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는 현지 교회를 존중하며 선교지의 필요를 채워주는 성육신적 선교를 해야 한다”면서 “이는 파트너십을 갖추고 영적 재생산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교회는 자체 문제와 갈등으로 ‘내부폭발’만 하지 말고 하나님의 복음, 선교로 ‘비전폭발’을 해야 한다”면서 “복음의 감격, 첫사랑이 흐려지면 교회 안에 경직된 율법주의·도덕주의, 냉소적 비판주의, 영적 패배주의가 자리 잡는다. 복음의 핵심으로 돌아가 이런 불순물을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전도자가 하루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50㎞도 채 안 됐지만 지금은 24시간에 전 세계를 돌 수 있다”면서 “그만큼 복음의 세계성이 보편화됐다. 한국교회는 복음의 빚을 진 사람의 심정으로 유럽 재복음화라는 사명을 붙잡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뻗어 나아가자”고 조언했다.
런던=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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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0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