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오케스트라’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떴다.
19일 서울 강북구 미양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지휘자 함신익(58)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S.O.N.G)’의 연주회가 열렸다. 무대는 적재함 문이 날개처럼 측면으로 열리는 5.5t 윙바디 트럭이다. 길이 8.5m, 폭 6.5m, 높이 2m의 무대에 음향 반사판과 조명을 갖췄으며 지휘자를 비롯해 연주자 40명 정도가 들어간다.
이날 연주회는 심포니 송이 클래식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만든 사회공헌 프로그램 ‘더 윙(The Wing)-날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연주회에는 미양초등학교와 인근 삼양초등학교 5·6학년생 600여명이 참석해 바흐, 비발디,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교향악과 소나타를 함신익의 해설과 함께 감상했다.
지휘자 함신익은 “보통 시민들이 클래식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데다 제도권 오케스트라는 너무 일률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것은 가요나 팝처럼 자주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만큼 직접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시향을 거쳐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있던 함신익은 2012년 단원 평가 문제 등으로 KBS 단원들과 갈등을 빚다가 KBS 교향악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물러났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해 8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심포니 송을 만들어 클래식계로 돌아왔다.
함신익은 “지난해 태백의 학교 운동장에서 누군가 기타 치는 소리를 듣다가 ‘이동이 편한 트럭 무대’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독지가의 도움으로 트럭을 사서 개조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클래식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트럭 무대라고는 하지만 순수 클래식의 품격은 낮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심포니 송의 바이올린 수석인 신서늬는 “함 선생님이 트럭 오케스트라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셨을 때 단원들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더 윙-날개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고 관객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야외에서 콘서트 관람이 가능한 3∼11월 열리며, 전국의 학교, 군부대, 병원 등의 신청을 받은 뒤 공연 장소를 정한다. 관람료는 무료.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럭 무대에서 울려퍼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함신익의 ‘심포니 송’, 사회공헌 ‘더 윙-날개…’ 시작
입력 2015-03-20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