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상당한 확신 때 금리 인상”… 9월이후 단행 힘실어

입력 2015-03-20 02:12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길을 열었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세계 금융시장을 안심시켰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모처럼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됨에 따라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는 호기(好機)를 맞았다.

◇‘인내심 발휘’ 문구 대신 ‘상당한 확신 들 때 인상’으로=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시작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be patient)할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그 대신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한다는 상당한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들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표현을 새로 넣었다.

연준은 2004년 5월 FOMC 성명에서 ‘인내심’ 문구를 뺀 뒤 그해 6월에 금리를 인상한 바 있기 때문에 ‘인내심’ 삭제는 언제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내심 단어를 제거한 게 우리가 (금리 인상에) 안달내고 있다(impatient)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고 표현하던 경제성장 속도를 “다소 완만해졌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이 완만해진 것에는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연준의 경제 진단 및 전망이 이전보다 비관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당초 예상되던 6월보다는 9월이나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은 “달러 강세 지속과 이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 약화, 물가 전망치 하락 등이 조기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불안요인 사라져 국내 증시 ‘안도 랠리’ 지속될 듯=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안도감에 18일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했고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 증시도 이 영향을 받아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44포인트(0.47%) 오른 2037.89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2.7원 급락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등으로 상승장이 시작된 상황에서 상승 동력이 추가된 셈이어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적 성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작된 이후에도) 유례없이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금리 인상 이후에도 오히려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초저금리 유지…더 내릴 가능성도=우리나라에선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개시 시점보다 인상 속도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신흥국 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은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수록 자본 유출도 급격해지고 신흥국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한은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겠다”고 말했다. 또 유로존과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유로존과 일본에서 풀린 돈이 어느 정도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은이 오히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9월이나 그 이후로 미뤄진다면 한은 입장에선 최소 6개월 이상은 통화정책의 운용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천지우 선정수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