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한 폐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 온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91·사진) 전 총리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가짜 웹사이트를 통해 퍼지면서 1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중국 CCTV를 비롯해 국내외 언론들이 잇따라 오보를 내보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싱가포르 당국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싱가포르 영자신문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밤 늦게 트위터에 싱가포르 총리실 웹사이트를 캡처한 화면이 떠돌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했다”는 발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CNN 등 외신과 국내외 일부 매체는 싱가포르 정부 웹사이트를 인용해 리 전 총리가 사망했다는 긴급 뉴스를 내보냈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사들은 리 전 총리 사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특집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이 사이트는 가짜로 밝혀졌고 이를 보도했던 매체들은 해당 뉴스를 자사 트위터, 웹사이트 등에서 삭제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 정부는 19일 성명을 통해 “리 전 총리의 병세가 매우 위중하다”며 “감염 때문에 상태가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상이나 해외 유명인사에 대한 오보 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일본 산케이신문과 홍콩 ATV 등이 장쩌민(88)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지만 오보로 밝혀졌고, 지난해에도 장 전 주석이 방광암에 걸려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는 한 달 후 건국기념회 행사에 등장했다. 2003년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의 사망 오보 파동이 있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망신살 뻗친 CNN ‘리콴유 사망’ 오보… 가짜 웹사이트에 속아
입력 2015-03-2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