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야구, 지루함은 줄었다… ‘스피드 업’ 得과 失

입력 2015-03-20 02:18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한화 이글스가 LG 트윈스에 3-0으로 앞서 있던 3회 말 한화 김경언은 볼 카운트 2-2 상황에서 갑자기 아웃됐다. 똑같은 상황은 4회 초에도 벌어졌다. LG 이진영이 느닷없이 삼진 처리됐다.

다음날도 계속됐다. LG 투수 최동환은 단 두 개의 공만 던져 한화 타자 오윤을 삼진으로 잡았다. 일명 ‘스피드 업’ 규정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부터 적용하는 경기 촉진 규정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KBO 관계자는 “지난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역대 최장인 3시간 27초였다”며 “‘지루한 야구’는 팬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말 그대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일부 규정을 두고 구단과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타자가 타석을 이탈하거나 공·수 교대 과정에서 첫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는 시간이 2분을 넘길 경우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한화 오윤이나 김경언, LG 이진영의 경우가 그랬다.

반발이 커지자 지난 16일 경기 촉진위원회 회의에선 일부 내용을 변경해 확정했다. 스트라이크 선언을 한 규정을 제재금 20만원 부과로 변경했다. 타자가 입장할 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의 시간도 10초 이내로 정했다. 이를 어겨도 제재금 2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이나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 이후 1루로 출루할 때 뛰어서 간다는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 할 때 수석코치가 동행하는 것도 금지했다.

일단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 2시간 58분이었던 시범경기 평균 경기시간은 18일 현재 2시간 47분으로 11분이나 줄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60명 정도 늘었다. 경기 시간 감소와 관중 증가를 직결시키기는 어렵지만 ‘빠른 야구’ 덕에 보는 재미가 늘었다는 팬들의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빠른 야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메이저리그도 올해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다. 규정을 어긴 선수는 최대 500달러(약 56만원)의 제재금을 받기로 했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분이었다. 일본프로야구도 경기 촉진 방안을 수립한 뒤 내년시즌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규정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 선수는 “제재금이 스트라이크보다 낫지만 타석에 늦게 들어오는 걸 범죄 행위처럼 만든 것 같다”면서 “규정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타자의 루틴을 한 번에 바꾸는 건 중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을 쉽게 생각하고 정책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최근 목동구장을 찾은 한 여성 팬은 “빠른 경기 진행으로 시간이 단축돼 한결 여유가 생겼다”며 환영했지만 또 다른 남성 팬은 “긴 경기 시간도 야구의 재미”라고 반박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