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학교 방과후 교실’에선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학교 내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교실에서도 해당 학년의 과정을 넘어선 교과 내용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했던 안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사교육을 막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법이 오히려 공교육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일자 6개월 만에 내놓은 처방이다.
지난해 3월 11일 제정·공포된 이 특별법은 초·중·고교와 대학 입시에서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으로 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인 선행학습을 근절시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위헌의 소지가 있고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교육 분야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초·중·고교에서만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을 금지시킨 것이다.
과도한 학교 규제를 피해 학생들은 당연히 학원으로 몰려들었다. 사설학원의 배만 불린 꼴이 된 것이다. 이런 풍선효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과거에는 방과후 교실에서 학생 수준에 따라 진도를 앞서 배우거나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모두 금지해버렸으니 누가 학원으로 안 가겠는가 말이다. 그나마 있는 학원에 대한 선행학습 광고 및 선전 금지 조항도 이를 규제할 구체적인 방안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학원가에서 선행학습 상품 광고가 넘쳐났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선행학습 금지로 교육과정 편성에 자율권을 가진 자율고·특목고·영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고의 피해가 크다는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이들은 자율고·특목고·영재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어 입시 과목을 앞당겨 가르칠 수 있지만 일반고는 일률적인 연간 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뜩이나 학력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반고엔 선행학습 금지가 달갑지 않은 장애물로 작용했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법이었다. 한국교총의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절반이 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학원은 내버려두고 공교육만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선행학습 문제는 대학 입시부터 취업까지 사회적 구조가 모두 반영된 것이므로 학교만 규제한다고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학원도 함께 규제하든지 아니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현장 교육의 질을 현격히 높이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학교가 사는 길이다.
[사설] 선행학습금지법, ‘땜질 손질’로 끝날 일 아냐
입력 2015-03-2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