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표와 홍 지사의 무책임한 정치쇼 실망스럽다

입력 2015-03-20 02:4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18일 창원 회동은 잘 준비된 정치쇼였다. 문 대표가 무상급식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도청 방문 의사를 밝히고, 홍 지사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으나 설전만 벌이다 이별의 악수도 없이 돌아섰다. 지금 경남에선 홍 지사가 초·중·고생에 대한 보편적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대신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시작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두 사람이 겉으로는 급식 문제 해법을 찾는다는 이유로 만났으나 애초부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지사 집무실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 싸움을 벌였다. 대화가 아니라 시종일관 말싸움이었다. 논의를 진척시키려면 당연히 기자들을 물리치고 비공개 회동을 해야 했는데 어느 쪽에서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들이다. 제 하고 싶은 얘기만 충분히 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

회동이 끝날 무렵 문 대표는 “벽에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홍 지사는 “좋은 대안을 갖고 올 줄 알았다”고 했다. 둘 다 솔직하지 못한 소리다. 문 대표는 홍 지사와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리란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고, 홍 지사 역시 문 대표가 특별한 대안을 갖고 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정치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문 대표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다. 홍 지사도 여권의 차기 후보군에 올라 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에 이어 홍 지사와 만나 무상급식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광폭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속셈이었을 것이다. 홍 지사 역시 이번 회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을 했다고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상급식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온 국민이 걱정하는 주요 국정 현안이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의견이 확연히 갈리는 까닭에 단시간에 해법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제1야당 대표와 집권당 대표를 지낸 도지사마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정치쇼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