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두 개의 C가 겹친 로고가 찍힌 가방 때문에 여성 커뮤니티가 들썩입니다. 최대 23%까지 가격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반값 세일에나 움직이더니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냐고요? 원래 가격이 너무 비싸 이만큼만 깎아줘도 대략 100만원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바로 프랑스 명품 샤넬 이야기입니다.
젊은 여성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평소 샤넬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7일 정오 무렵 샤넬 매장을 방문한 네티즌들이 가격인하 소식을 알리면서부터 어수선하더니 18일 기사가 나온 뒤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가방 사러 갑니다”는 글을 남기고 매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동날까봐 “점심시간에 다녀왔다”는 직장인 후기도 있었고요. 평소 관심 없던 이도 샤넬 광풍에 “왠지 사야 할 것 같다”며 초조해했습니다.
가격인하 전 샤넬백을 샀다는 눈물의 후기도 쏟아졌습니다. 샤넬의 환불 기간은 15일로 다소 짧은데요. 지난 2일 이전에 산 사람들은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한 네티즌은 “3월 1일 캐비어 점보를 715만원 주고 샀는데 600만원으로 인하됐다”며 “하루 차이로 115만원이 날아갔다”며 억울해했고요. 다른 네티즌은 “두 달 전 보이샤넬 미디엄을 681만원 주고 샀는데 이제 524만원이 됐다”며 “사고 나서 바로 장롱에 넣어놨는데 남편이 알면 날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몰래 눈물 흘리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값을 내렸다 해도 인기 모델은 500만∼600만원 정도인데 선뜻 살 수 없기 때문이죠. “지금이 기회인 거 같은데 돈이 없어서 슬프다” “덥석 사시는 분들 정녕 좋겠다”는 댓글로 부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동안 허영심에 젖어 있던 세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가격이 내렸다니 샤넬백이 왠지 후져 보여요” “비싸서 집에만 모셔놨는데 이제 막 들고 다녀야겠네요” 등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러다 너도나도 드는 보급형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있네요.
19일 백화점에 입점된 웬만한 샤넬 매장은 계속 전화 연결이 어렵다네요. 줄을 서서 구경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어떤 모델은 벌써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값에 살 수 있도록 가격 조정한 거라는데요.
하지만 전체적인 매출 증가로 웃는 건 샤넬이겠지요. 한국 고객을 우대한다는데 충동구매로 낚이는 것 같은 건 제 기분 탓인가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하루 차이로 115만원 날렸다”… 값 내린 샤넬에 한숨 짓는 여자들
입력 2015-03-2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