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문턱인 3월, 극작가 배삼식(45)의 작품 3편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의 연극 ‘3월의 눈’(13∼29일 국립극장), 극단 코끼리만보의 연극 ‘먼데서 오는 여자’(19∼22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그리고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21∼29일 아르코예술극장)이다.
‘3월의 눈’과 ‘먼데서 오는 여자’가 재공연이긴 하지만 한 달 새 한 작가의 작품이 3편이나 공연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겨울 공연계 최고 히트작이었던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심청이 왔다’ 역시 그가 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극단 미추의 전속 작가로 일하며 수많은 대본을 쓰거나 각색했던 그는 2010년 동덕여대에서 교편을 잡은 뒤에도 여전히 전업작가 못지않은 왕성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작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매화를 소재로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연출가 임도완의 손에 의해 시적인 이미지가 극대화됐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임도완은 움직임과 오브제, 이미지로 이뤄진 신체극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일 예술의전당 내 서울예술단 연습실에서 만난 배삼식은 “서울예술단에서 가무극을 위한 대본을 의뢰받았을 때 기존 스타일과 다른 새로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면서 “이번 작품은 단선적인 서사나 극적인 갈등구조는 최소화하고 비언어적인 표현수단을 중심에 놓았는데,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미지가 중심이 된 새로운 스타일의 가무극을 위해 소재로 찾은 것이 바로 매화다. 작품 제목처럼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경계에서 꽃을 피우는 매화는 그에게 ‘예술을 한다’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줬다고 한다. 그는 “누구나 살다보면 현실 속에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하기 마련”이라면서 “겨울 산 속에서 발견한 매화가 너무나 아름다워 내겐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차가운 눈 속에서 일찍 핀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데, 마치 실제 삶에서 열매를 맺지 못해도 꽃을 피우려는 예술과 닮아 보였다”면서 “예전에 선비들이 매화에 대한 글이나 그림을 많이 남긴 것 역시 계절의 경계에 선 매화로부터 그런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연출가가 의도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대본 수정과 각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는 “희곡에서 말(언어)의 가능성이 크지만 말 자체가 목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말없이 표현될 수 있다면 말을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서 임도완 선생님께 자유롭게 맡겼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계절의 경계서 꽃피우는 매화, 예술과 닮아”… 이달에 3편 무대 올리는 극작가 배삼식
입력 2015-03-20 02:06